“고향 까마귀만 보아도 반갑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자뻘되는 고향 선수들을 가까이 보게 돼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오기태씨(75·전주시 평화동)는 남·북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1969년 남파 간첩으로 당국에 체포돼 광주교도소와 전주교도소에서 20년간 장기복역한 오씨는 평소 축구를 좋아하지만 북한 선수들을 직접 보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함경북도 온성이 고향인 오씨는 “북한에서 응원단이 내려오지 않은 만큼 동포들이 서로 응원해줘야 할 것”이라며 “남·북한 민족화합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북통일연대측의 알선으로 경기장을 찾아 북한팀 응원석 맨 앞자리에 앉은 오씨의 일거수 일투족은 일본 아사히TV 카메라에 빠지지 않고 담겼다. 역사적인 남·북 축구경기의 이면에 드리워진 분단된 민족의 애환을 일본 언론이 오씨를 통해 조명한 것.
이날 경기에는 오씨처럼 간첩혐의로 장기복역한 후 출소,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15명의 노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아사히 TV 서울지국 이시바시 사토시 특파원은 “남·북 관계는 일본인들에게도 아주 관심있는 일”라며 “북한에서 남한에 넘어와 살고있는 사람들이 이번 경기를 어떻게 보고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담고 싶었다”고 오씨를 밀착취재 하게된 동기를 설명했다. 아사히 TV는 전북일보에 보도된(69년 10월5일자) 오씨 관련 기사를 찾기 위해 본사를 방문해 당시 기사를 취재하기도 했다.
1989년 성탄절에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한 오씨는 현재 사회복지시설인 전주시 인후동 일꾼쉼터에서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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