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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 깃발 사라지니 이젠 영상관광 명소

2005부안영화제 '여성과 환경-아줌마 지구를 지켜라'

반핵 투쟁이 끝난 부안은 조용했다.

 

1년 전 거리마다 휘날리던 반핵 깃발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영상관광도시 부안을 알리는 홍보물만이 간혹 눈에 띄었다.

 

부안성당 소성당에 검은 비닐이 쳐졌다. 안으로 빛이 새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부안영화제 조직위는 올해도 부안에서 유일하게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예술회관 사용 허가를 군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했다. 극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스크린이지만, 상영장 안에는 80여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영상테마파크와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등 영상에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부안군에서 군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화제는 자치단체의 외면 속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래도 열정만으로 준비한 초라한 상영장을 탓할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극장 하나 없는 부안은 올해도 꿋꿋하게 환경운동과 지역영상운동의 의미로서 부안영화제를 치러냈다. 12일부터 14일까지 부안성당에서 열린 2005부안영화제 ‘여성과 환경-아줌마 지구를 지켜라’.

 

올해 상영작은 24편.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 몇 편을 섞었다. 안창규 프로그래머는 “핵폐기장 문제와 연결돼 운동의 성격이 강했던 지난해 영화제에 비해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올해를 환경영화제로서 부안영화제가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황토염색과 숯염색, 대안생리대 체험관 등 부대행사도 여성과 환경이란 테마에 충실했다.

 

중학생 한 무리가 상영장 안으로 들어왔다. 학교 숙제때문에 보고서를 쓰러 왔다는 강혁이는 “극장에서 보는 영화랑 성격은 다르지만, 어려운 주제를 영상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아이들은 영화제를 통해 부안이 환경도시로 알려지기를 원했다.

 

부안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주민공모작 상영은 지역 영상활동기반의 토대가 될 것이다.

 

부안 사람들은 큰 영화제를 바라지는 않는다. 어렵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화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14일 계화도 갯벌에 스크린이 설치됐다. 폐막작 ‘계화갯벌 女戰士傳’이 갯벌에 기대어 사는 여성들의 삶을 다룬 것인 만큼 직접 계화도에 들어가 상영했다.

 

관객들은 속 깊은 갯벌과 바다의 짠 내음을 안았다. 아름다운 부안, 건강한 세상을 꿈 꾸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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