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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풍물 현대화 나선 한벽예술단

신디사이저에 부채춤까지 전통풍물굿 지평을 넓히다

박종대 이재정 양진환 김지영씨(왼쪽부터)등 4명의 단원으로 짜여진 전주시립예술단. ([email protected])

풍물굿은 꼭 마당에서만 연주돼야 하는 것일까. 무대는 사물놀이로 박제돼야 하는가.

 

무대를 마당으로 만들어 풍물굿을 무대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전통 풍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털어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젊은 풍물꾼들이 적지 않다. 전주 한벽예술단은 이런 젊은들이 모여 풍물의 현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오고 있다.

 

전주시립예술단 수석 출신의 양진환씨를 단장으로 한 이 예술단은 이재정(쇠) 김지영(징) 박종대(북)씨 등 4명의 단원으로 짜여졌다.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의 이들은 끼로 똘똘 뭉쳤다.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 풍물단으로 지난 2002년 출발한 이후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을 보면 이들이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운우풍뢰’에서부터 최근작 ‘소희난행’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착작활동은 곧 전통 풍물굿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쇠, 장고, 징, 북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무대에는 신디사이저에 승무와 부채춤, 현대무용까지 곧잘 등장한다.

 

창작품 대부분은 전주와 전라도 등 주변의 토속적인 것들을 소재로 해왔다. 무대가 자리잡고 있는 주변 경관을 소재로 ‘한벽삼경’이나,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파랑새’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활동이 더 빛나는 것은 날마다 판을 벌여 전통문화센터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난 한 해 공연활동만 200여회 이르렀다. 올해는 ‘전통예술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목요일 2차례씩 관객과 만났다. 여기에 전주를 찾는 외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풍물체험을 지도하고, 전통혼례에서 분위기 띄우는 일까지 맡는다. 전통문화 중심도시를 꿈꾸는 전주에서 이들은 말이 아닌 몸짓으로 그렇게 전통문화 콘텐츠를 하나씩 채우고 있다.

 

“무대는 자유스러운 것이며,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 연주자와 어울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양 단장은 도심속, 그것도 조명발을 받는 환경속에 관객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 고민했으나 3년여 활동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주 사람 모두 귀명창이라고 하지만 막상 공연에서 ‘얼씨구’ 한마디 거들어주는 관객이 그리 많지 않은 게 그동안 현실 아니었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전주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 주한미군, 외국인 학생 등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게 해주는 일도 이들에겐 보람이다. 처음 낯설게 풍물을 느낀 외국인들도 예술단 연주에 금방 빨려들어 무대가 노래방 분위기로 갈 때도 많다. 리듬음악이 동서양에 모두 통할 뿐 아니라, 예술단이 지향하는 열린 마당의 성격상 외국인들이 쉽게 풍물에 다가서는 것 같다고 양 단장은 분석했다.

 

관객이 없어도 ‘공연은 멈추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 예술단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풍물굿판을 새롭게 울릴지 관심이 간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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