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한낮.
꽹과리가 앞에 섰다. 장고와 북 소고가 뒤따르니 좁은 무대가 꽉찼다. 풍물소리에는 어깨짓이 제격이다. 어느새 객석의 관중들은 너나없이 어깨짓에 추임새까지 신명을 얻었다. 꼬리 길게 늘어뜨린 상모놀이가 절정에 오르니 함성도 크다. 풍물은 주고 받는 소리의 조화다. 제소리에 취해버리면 풍물판은 더이상 조화를 얻지 못하고 비껴나간다. 소리가 비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신명을 얻지 못하는 소음이 된다. 소리를 제대로 주고 받거나 제대로 따르려면 상대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갈까 말까, 앉을까 설까. 풍물소리는 단호하지 않다. 자진가락으로 몰아가다가도 잠시 숨결 불어넣으며 제자리로 돌아오는가하면 이내 치열하게 소리를 몰아 절정으로 내닫는다.
놀이패 우리마당이 신명나게 한판 노는 자리. 담너머 청청한 대나무들, 소리에 취해 하늘로 치솟는다. 전주 경기전 앞뜰에 꽉차있던 매미들 어느새 숨을 죽였다. 살짝 부는 바람결에 상모도 춤을 춘다.
우리것 지켜가는 젊은 치배들의 여름 소리, 더 힘있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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