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주다
‘언어’는 사회성을 갖는다. 모바일 라이프의 확산은 기존 단어가 갖고 있는 고유 뜻과 별도로 ‘기발한’ 의미를 부여한다.
조건반사를 다룬 과학이론인 ‘파블로프의 개’는 ‘주위사람의 벨소리가 헤어진 전 애인의 벨소리와 같다면 그 사람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추억에 잠기는 현상’을 말한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한자성어 ‘표리부동(表裏不同)’은 ‘말씀은 ‘전화만 걸리면 되는 거 아냐’ 하시지만 속으로는 최신 휴대폰을 부러워하는 부모님의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돈을 빌리고 맡기는 장소’인 ‘은행’은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라는 새로운 뜻을 얻었으며 ‘권태기’는 ‘자신의 휴대폰이 고장나도 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경계근무’는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가 도입된 후 동료직원에게 회사 전화로 전화를 하면 연결이 잘 안되는 현상’. ‘나비효과’는 ‘누군가 휴대폰을 바꾸면 다음달 계모임 아줌마들의 휴대폰이 죄다 바뀌는 현상’이다.
저장된 번호는 많은데 걸 사람이 없을 때, 주말 내내 울어주지 않는 휴대폰이 혹시 고장 난 건 아닐까 집 전화로 걸어볼 때, 집에 두고 온 휴대폰이 종일 신경 쓰였는데 귀가해 확인해 보니 ‘부재중 통화 0’일 땐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휴대폰의 용도는 끝이 없어라
1분에 300타를 날리고, 문자를 보낼 때 엄지 손톱이 거슬리면 손톱 깎을 때임을 인식하는 ‘엄지족 고수’들에게 휴대폰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선생님이 칠판 가득 판서한 내용은 간단히 폰카로 찍으면 상황 끝이고, 강의 내용은 녹음해 나중에 들으면 복습도 된다.
애인과 헤어진 다음날에는 머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 ‘커플 요금제’를 해지하고 소개팅에 나올 남자가 궁금할 땐 주선자에게 동영상 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혼자 앉은 여러 명중 누가 내 소개팅 상대인지 몰라 난감하다고? 그럴 땐 구석에서 신용대출 광고 문자를 날려라. 문자를 확인하는 상대를 보고 자리에 앉을 것인지 판단한다. 혼자 여행 간 딸을 걱정하는 엄마에게는 휴가지에서 포토메일을 보내 안심시킨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휴대폰 배경화면은 아내생일, 장인 제삿날을 챙겨주는 든든한 ‘비서’다.
휴대폰은 유용한 놀이용품이기도 하다. 술값을 낼 때 이제 ‘사다리’를 타지 않는다. 진동으로 바꾼 후 안테나가 가리키는 사람이 돈을 내거나 전화가 가장 먼저 오거나 나중에 오는 사람이 ‘당첨’이다.
쉬는 시간에 휴대폰은 노래방 기기로 변신하고 휴대폰 연주도 가능하다. ‘떴다 떴다 비행기’(3212 333 222 355 3212 333 22321)가 초보수준이라면 장윤정의 ‘어머나’ 이효리의 ‘10Miniute’은 고난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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