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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7)

처음 본 이란 청년의 초대...그 가족들과의 만찬 "좋은 사람들과 만남은 즐겁다"

시오세 다리 노천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이란 청년 메디의 할아버지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mail protected])

시오세 다리를 돌아보고 다리 아래편의 운치 있는 노천카페에 들어섰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느긋하게 쉴 곳이 필요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건너편에 자리 잡은 청년이 자기 자리로 오라고 불러댄다.

 

말이 통한다면 사양할 이유도 없지... 본인들의 차를 내 컵에 따라주며 물 담배를 권한다.

 

"하하... 이거 참 재미있는 물건이야."

 

"바람 불면 담뱃대에 담아 놓은 하얀 숯가루가 머리에 날리는 것만 빼면..."

 

담배 맛은 괜찮은데 니코틴이 없어서 아무리 빨아도 2% 부족하다.

 

영어가 서툰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소개를 한다.

 

"아이구 괜찮아... 천천히 말해. 내 눈치가 100단이라 니가 입만 뻥긋해도 다 알아듣는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 청년도 내 표정을 보고 안심하는 듯하다.

 

주소를 적어주면 사진을 보내 주겠다고 수첩을 줬더니 그곳에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너 시간 있니?" "아니 별로 없어... 해가 지면 이맘 스퀘어 가서 야경 찍을거야."

 

"그럼 두 시간만 빌려줘라." "머하게?" "우리 집에 가자." "어딘데? 가까워?" "응 택시타면 30분쯤..."

 

헉! 이 친구 차 한 잔 먹여 놓고 날 납치하려고?

 

피하려했지만 왠지 눈빛에서 진심이 보인다.

 

"그래 딱 두 시간만 빌려줄게."

 

차안에서 메디는 신이 났다. 난 자꾸만 불안해 지는데...

 

"도대체 이 청년의 신분이 머지? 집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호기심 때문에 아무래도 큰 댓가를 치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Mehdi... How old are you?"... 못 알아듣는다.

 

"What's your age.".. 그래도 못 알아듣는다.

 

"메디... 난 47살이다. 이해 가니? 넌 몇 살이냐?" "아~ 내 나이? 18 살..." 헉!

 

이놈아 18살이면 우리 딸보다 어린데 그렇게 팍 삭았냐? (27~8살쯤 된 줄 알았다)

 

"너 그럼 대학생이냐?" "응!" "전공이 먼데?"... 또 못 알아듣는다.

 

"에휴~ 이놈아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니네 집엔 왜 가제... 니네 엄마가 이상한 사람 데려가면 화낼 텐데."

 

이젠 납치가 아니라 철없는 아이의 행동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딩동~ 꼬불꼬불 골목길을 한참 걸어서 메디네 집 앞에 도착해 보니 건물이 제법 크다.

 

기다렸다는 듯 예쁜 처녀가 문을 열어 주며 베시시 웃는다.

 

"웰컴 투 마이 하우스. 오빠가 전화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그럼 넌 동생?" 헉... 갈수록 태산이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걸까?

 

아무튼 동생이 영어를 잘 해서 다행이다.

 

메디의 아빠는 트럭 운전사, 동생 미나는 고등학생... 아주 똑똑하다.

 

메디는 미대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엄마는 잠시 나들이 가셨나 보다.

 

집 구경을 하고... 미나가 연주하는 시타도 듣고...

 

메디는 연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며 냉장고에 든 모든 것을 하나씩 꺼내오기 시작했다.

 

"이제 제발 먹는 건 그만..."

 

딩동~ 메디 엄마가 왔다.

 

하나 둘, 아랫집에 사는 친구들이 모두 몰려온다.

 

메디가 계속 전화질을 해대며 우리 집에 이상한 인간 왔다고 자랑을 했나 본데 난 감당이 안 된다.

 

"이걸 우짜면 좋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손에 먹을 것이 푸짐하게 들려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다.

 

"자~ 이제 가 볼 시간이야..."

 

미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안 된다고 붙잡는다.

 

집에 왔으면 저녁을 먹고 가야지 그냥 일어서냐고...

 

"헉... 지금까지 먹었는데 또 먹으라고? 차라리 날 잡아 잡수세요....흑흑."

 

도저히 이 집을 빠져 나올 재간이 없다.

 

"미나야 그럼 저녁만 간단히 먹고 간다. 나 할 일이 있어서 빨리 가야 하거든..."

 

"예~ 알았어요. 10분만 기다리세요."

 

갑자기 가족들 모두 옷을 갈아입는다.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자~ 갑시다"... "어딜?"... "우리 할아버지 집에요."

 

"거긴 왜?" "할아버지 집에 가서 저녁 먹어요"... 헉!

 

"할아버지가 손님 왔다고 가족들을 모두 불렀어요."

 

에구 망할 놈의 메디가 동네방네 전화질하더니 아무래도 큰일을 냈나보다.

 

할아버지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란사람들도 참 잘 사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 친척들이 몰려 와서 인사를 한다.

 

손님이 올 때마다 주인마님은 차와 사탕, 떡, 과일을 나른다.

 

정성들여 차를 올리는 모습이 신선하다.

 

이런 일이 전혀 어색하고 낮설지 않을 걸 보면 일상사에 손님맞이를 이렇게 하나보다.

 

모두 20명이던가? 아무튼 그날 저녁은 먹는 것에 관한 한 함구무언해야겠다.

 

자정이 가까워 정말 헤어질 시간... 무언가 인사를 해야겠는데 드릴 것이 없다.

 

지갑 속의 천 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꺼내 감사를 담아 전했다.

 

그런데... 이 양반들이 이곳저곳에서 돈이라는 돈은 종류별로 다 들고 나와서 내 손에 쥐어 준다.

 

이제는 미안함을 떠나 어의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장롱 속의 옛날 동전까지 꺼내 올 생각을 다 했을까?

 

가족과 함께 이란에 오면 일주일간 편하게 묵어가야 한다는 약속도 했다.

 

할아버지 집에서 얌전하던 메디가 문 밖을 나오자 신이 나서 떠든다.

 

이맘 스퀘어까지 데려다 줄 테니 걱정 말라고...^^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사라졌다.

 

담배가 떨어진 걸 언제 눈치 채고 파란색 에세를 한 갑 사왔다.

 

"아니 이란에도 이 담배를 파니?" "예! 특별한 곳에선 팔아요."

 

"참 신기한 나라네."

 

“자~ 돌아가서 편지할게. 고마웠다.”

 

야경이 눈부신 이맘 스퀘어에서 늦은 작별을 나누었다.

 

신선한 공기 속에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대도 배가 좀처럼 꺼질 생각을 않는다.

 

그래 좀 더 걷자. 가로수 울창한 에스파한의 밤공기는 너무나 포근하고 신선하다.

 

새벽 3시... 오늘도 용감하게 호스텔 문을 두드려 잠자는 직원을 깨웠다.

 

아마 그 직원은 내가 밤 도깨비인 줄 알 것이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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