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산업이 사그라들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고개를 돌리면 더 큰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 가능성을 도내 대학생들이 찾아나섰다.
서화인구가 3천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중국. 전북대 중문과 학생들이 전주한지를 들고 중국의 서화가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전북대 세계교육기행’으로 중국 수도 북경과 서화도시로 유명한 남경, 상해, 항주를 다녀온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김명은, 박정은, 최영진, 이유리씨. ‘사인행’(四人行)이란 이름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과 맞선 이들은 “중국 서화가들은 서화용지인 선지의 수명이 짧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며 “무엇보다 전주한지의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가격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다양한 품질과 두께의 한지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만난 서화가들은 모두 전주한지가 전통방식에 따라 한 장 한 장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고, 중국선지에 비해 질겨서 수명이 길 것 같다고 하셨어요. 고생하면서도 한지를 만들고 있는 전주의 장인들이 대단하다며, 전통종이를 살리려는 한국의 노력을 부러워 하더군요.”
‘사인행’이 만난 서화가들은 8명. 모두 중국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이다. 중국의 서화가들은 “중국선지에 비해 견강하면서도 질박하고 부드러운 전주한지에 믿음이 가지만, 가격이 비싸 한지의 일반시장 진출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보내준 한지를 써 본 적이 있다는 석개는 “중국 사람들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어서 외국 전통지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수공기술이나 재료면에서 뛰어나더라도 비싼 한지에 마음을 열게 하려면 일반시장 보다 사회단체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서법가협회 부비서장 상무이사를 맡고있는 유정성 역시 “중국은 노동력이 풍부해 종이의 가격이 싸다”며 “우선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있는 중국의 서화가들과 종이 제작자, 유통자들을 대상으로 한지를 홍보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화가들은 작품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종이 두께가 다르기 때문에 용도별, 서체별, 작품별로 다양한 종류를 갖출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중국선지가 얇고 번들거리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인지, 대부분 두꺼운 한지에 호의적이었어요.”
북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증래덕은 “전주한지는 종이 색깔이 아주 하얗지 않기 때문에 먹색이 옅게 나타나고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며 “중국 서예에서는 흑백대비가 중요한데, 먹을 진하게 갈아도 아주 검게 표현되지 않아 흑백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인행’은 “남경에서 방문한 황돈 선생은 우리나라의 서예잡지인 ‘까마’를 구독 중이었다”며 “우리나라의 유명한 서예잡지나 중국과 일본의 서예잡지에 중국어나 일본어 등으로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도 해외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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