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큰 소리울림은 없지만 깊은 파동을 남기는 작품. 새로운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세상에 처음 울리는 소리탄생을 지켜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소리축제 개막작품으로 올려진 나효신작 '난 민 협률-6개의 초상화`. '새로움이 있지 않으면 부도덕하다`는 작곡자의 신념대로 이날 탄생한 소리는 새로웠다. 축제조직위원회의 의뢰로 작곡된 개막작은 축제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 베를린 콜비츠미술관에서 만난 6개의 전쟁에 관한 자화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품은 병사의 노래, 전쟁에 관한 연구중단, 다시는 전쟁않으리, 자식을 전쟁터에 보낸 부모, 무엇을 위해 싸우다 죽는가, 다시는 못보겠네 등 여섯개의 독립된 악장으로 구성됐다. 전쟁의 허망함과 평화를 소망하는 바람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했다.
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 소리꾼과 성악가, 남과 여 등 전혀 다른 것들의 ‘공존’의 의미를 새긴 작품은 음악의 구성이나 연주방식에서 낯선 새로움을 추구했다.
비트를 중시하는 양악과 호흡으로 연주하는 국악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졌고, 판소리의 구음을 배경삼아 성악가가 노래하는 이채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서양악기에 묻혀버릴 것 같았던 국악기의 소리는 힘이 있었고, 새로운 연주법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국악관현악단의 소리는 풍성해졌고, 오케스트라는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시작된 음악이 큰 울림이 되기도 하고, 장중한 분위기가 잠시 경쾌한 하모니를 어울려 내기도 하는 등 청중들의 완급을 조절해줬다.
작곡가 나효신은 연주전 “음량의 다이나믹보다 내면의 다이나믹에 귀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소리치지 않았지만 더 많은 소리를 낸 개막작은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소리의 외연을 확장한 작품이다.
다소 난해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줬던 ‘난 민 협률-6개의 초상화’는 한편의 음악다큐였고, 새로운 소리를 찾는 재미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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