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랄까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했어요”
도내에선 처음으로 HD영화 제작을 시도한 우석대 김영혜 교수의 말이다. 가뜩이나 영상제작 인프라가 척박한 지역에서, 전국적으로도 제작사례가 드문 HD영화를 완성해가는 작업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영국에서 사우스템즈 칼리지와 영국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01년부터 우석대에 재직중인 김 교수는 지금까지 ‘Quids in’ 등 다수의 16㎜와 디지털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올상반기 지역 영화인프라에 도움을 주고싶다는 ‘소박한’생각에 HD영화 제작을 주도, 옴니버스영화 ‘낯선 곳, 낯선 시간 속에서’중 1/3을 촬영했다. 그러나 제작준비때부터 작품을 가편집한 현재까지, 김 교수는 ‘왜 HD작업을 시작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않았다고 한다. 마땅한 장비를 대여하거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한계를 느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 교수는 적지않은 사재를 털었고, 이제는 HD편집기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완성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HD편집기를 구입해 지역수요에 부응하겠다’는 전주영상위원회의 약속을 믿고 있었던 김 교수는 영상위측의 묵묵부답에 말문을 닫은 상태다.
어쩌면 김 교수가 HD영화를 제작하면서 절감했던 답답한 현실은 ‘영상도시 구현’이라는 허울만 앞세운 전주와 전북의 꽉막힌 현주소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충무로의 단골 영화촬영배경지로 자리잡았다고 요란을 떨면서도 정작 영화제작 인프라구축에는 인색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전북도와 영화진흥위원회가 80억원을 투자해 저예산영화제작지원사업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지역몫은 거의 없다.
“과연 ‘전북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지역영화를 원하는지 곱씹어봐야한다”는 김 교수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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