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가 실현된다면 정말 나와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쌍둥이 같이 닮은 외모에 성격이나 취향도 같고, 배워온 지식이나 경험도 그대로 이어받은 또 다른 내가 나타난다면 ? 복제인간과 나의 관계는 부자지간인가, 형제인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신체부속품을 제공하기 위한 다른 계급의 존재라면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질문들은 최근에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한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상상력 풍부한 영화작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최근 체세포복제 연구성과를 보면서 같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받는 인간의 성장과 발생과정을 생각하면 이러한 급진적인 시나리오의 완벽한 실현은 어려워 보인다.
1997년 최초의 복제양 “돌리”의 성공 이후 최근 복제개 “스너피”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체세포복제연구는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황우석 교수의 인간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 성공에서 보듯이 관련 분야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줄기세포, 특히 체세포복제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없어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궁극적이고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논의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제인간의 탄생을 이끌 가능성 외에도, 체세포복제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난자의 조달 방법, 생성된 복제배아의 지위, 생명의 정의 등에 대하여 종교계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간복제를 다룬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켰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생명윤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문제는 인간복제 등 심각한 생명윤리 침해의 가능성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성공하였을 경우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 삶을 열어줄 수 있다는 희망, 그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줄기세포가 인간에게 치료목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특정 세포로의 분화 조절, 안전성 확보,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 많은 단계를 거쳐 그 효과를 확인하여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질병 예방 및 치료 등을 위하여 이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법령에는 인간복제에 대한 명확한 금지와 함께 각 기관의 의무준수사항 외에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기관내 연구를 심의하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등을 두도록 명시함으로써 연구를 견제할 수 있는 여러 겹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법적, 윤리적 틀안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윤리적 검토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에 대한 담론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건전한 토론이 활성화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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