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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시는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

두편의 책 나란히 펴낸 이동희 시인

첫번째 시집으로 치룬 치기어린 얼굴 붉어짐, 두번째 시집으로 맛본 포만감과 삶의 버석거림, 세번째 시집으로 의미와 가치에 대한 옹색한 자기변명.

 

그 더딘 시공을 건너 유연(油然) 이동희 시인(59·전주대 겸임교수)이 네번째 시집 「벤자민은 클래식을 좋아해」(시선사)와 시 해설 선집 「누군가 내게 시를 보내고 싶었나봐」(디자인흐름)를 펴냈다.

 

「벤자민은 클래식을 좋아해」는 5년 만에 내놓은 시집. 그는 “지난번에 낸 세 권의 시집을 다시 보니 허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를 내고 돌아서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문단에 이것 저것 발표하다 보니 시가 주지적 경향이 강했고, 내가 의도하는 것들을 시학적으로 충분히 형상화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형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이기적인 작품들은 아직 충분한 시선을 받지 못한다. 난해한 작품들을 낯설어 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만치 않은 문학적 탐구능력과 절제된 언어로 사유가 농익은 그의 시는 ‘교조적이다’ ‘어렵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시인은 “이제 겨우 지성과 감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토현 마루에서’ ‘전주 한옥 마을’ ‘모악으로부터’ 등 이번 시집에서 전북을 소재로 한 시가 눈에 띄는 것은 “자기 고장을 사랑해야 세계를 사랑할 수 있다”는 이시인의 책임감 때문이다. “심부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표현」 회장과 전북시인협회 초대회장을 맡으며 전북 문단사의 크고 작은 구비마다 물길을 잡고 돌려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시를 보내고 싶었나봐」는 도내 일간지에 시 한편을 골라 생각을 얹혀냈던 것들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다. “매일 소중한 사람에게 메일 보내는 심정으로” 역시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했다.

 

“작두샘에 물이 솟아나게 하려면 우선 물 한바가지를 붓고 손잡이를 아래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 물을 마중물이라고 하지요. 시에 덧붙여진 생각들은 일종의 마중물입니다.”

 

그는 “빼어난 자연미인은 화장하지 않는다”며 시를 해석한다는 것부터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짧은 글이지만, 단지 독자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랄 뿐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한다”는 그는 “현실 속에서 녹아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머리로 쓰고 글로만 머무는 시는 싫다. 시를 ‘행복으로 가는 소중한 징검다리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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