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평균 관람객 670명...도민 문화공간 자리매김 합격점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14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개관 초기 물리적 거리와 지역 미술가들의 출품 거부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도립미술관은 이제 하루 평균 670명의 관람객이 찾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관 기념전 ‘원로작가 초대전’과 ‘엄뫼·모악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개 전시에 다녀간 관람객은 약 18만명. 9일 현재 279일의 전시기간 동안 17만9087명이 전시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립미술관이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도립미술관의 지난 1년은 ‘끌고가기’식일 수 밖에 없었다. 도립미술관 개관은 분명 지역에 새로운 자극이 되고있지만, 도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 미술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 전시와 문화예술교육사업
전시기획에서는 전문적인 전시와 대중적인 전시가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도립미술관 개관으로 전시 규모나 작가 참여 측면에서 그 폭이 넓어졌다.
특히 전북 근현대 작고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낸 ‘전북미술의 맥’은 자료와 기록이 미흡했던 전북의 미술사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800년대 초반부터 1930년대 사이에 출생해 전북에서 활동했던 작고작가 52명의 작품 160여점은 전북 지역의 서화 전통을 재평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전시를 통해 도립미술관이 작품과 이론적 측면에서 전북미술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는 것은 큰 소득이다.
‘중국미술의 오늘’과 ‘그림으로 읽는 지구촌 이야기’는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국제전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미술관 속 동물원’과 ‘어제와 오늘-한국 민중 80인의 사진첩’은 대중성으로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들였다.
조은영 원광대 교수는 “도립미술관이 흔히 고급미술로 불리는 순수미술에만 치중하지 않고 대중미술까지 포용해 전시의 다양성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조교수는 “도립미술관이 기획전시에서 보다 많은 지역 작가들과 결합하는 것은 물론, 도민들을 위해 다른 지역 작품과 국제전 유치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은 반절의 성과를 거뒀다. 문화소외층을 찾아가는 사회문화교육이 호평을 받고있는 반면, 미술관이 기획한 이론강좌와 실기강좌는 외면받고 있다. 전문성을 살려 기획된 미술강좌가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시내에서 떨어진 미술관 위치와 홍보 부족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유대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큐레이터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갤러리를 찾는 기회가 적었지만, 미술관이 생겨나면서 도민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초기여서인지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전북도립미술관만의 전문적인 특성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운영·시설
소장품이 한 점도 없는 현실에서 개관한 도립미술관은 모든 전시를 기획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시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전시의 질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입과 기증 등의 과정을 통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100점 정도. 전시공간이 부족하고 방문횟수가 잦은 관람객 경우 유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상설전시’보다는 관람객 반응에 따라 작품을 교체해 가는 ‘소장품전’이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제 개관 1년이 지났지만, 11일 찾아간 도립미술관에는 시설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눈에 띄었다.
줄곧 경사가 급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미술관 뒷편은 지난 장마에 흘러내린 토사가 흉직한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사방공사의 시급성을 보여줬다. 미술관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군데군데 빗물에 녹이 슬었으며, 건물 뒷편 보도블록은 어긋나 있는 상태였다.
미술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시실 항온·항습시설이 필수. 도립미술관 경우 항온·항습 수장고는 설치됐으나 항온·항습 전시실은 없다. 전시실 기본조건인 항온·항습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중요 전시를 유치하거나 미술가들로부터 작품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120평 규모의 수장고 역시 장기적으로 포화 상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개관 1주년 기념행사
현재 도립미술관에서는 ‘전북서예의 역사와 동향’전이 개관 1주년 기념전시로 열리고 있다. 11월 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조선중기부터 현재까지 활동 중인 전북지역 서예가들의 대표작 200여점이 소개됐다.
14일 오후 2시 미술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는 도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22명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박태이 춤명창 공연과 ‘만남의 장’이 열린다. ‘만남의 장’에는 원광대, 예원예술대, 전주예술고 미술 전공 학생들이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페이스 페인팅, 초상화 그려주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도민 끌어안기 더욱 힘쓸것"
“지금까지를 되돌아 보기 보다 기능 면에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1년이 도민들과 친숙해지는 시간이었다면, 여전히 미술관에 무관심한 도민들에게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비영리기관으로서 더 치밀한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 관장(54)은 “우려했던 것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찾았고,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한데도 아직 지방은 문화적 혜택이 부족합니다. 지역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고 전북이 지역 정체성이 담겨있는 문화를 찾아가는데 미술관이 한 몫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가 생각하는 지역에서의 미술관 역할이다. 전시는 전시대로 알차게 진행하면서, 문화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위해 미술관 관람과 체험 기회를 늘리고 영화 상영과 공연 등 복합적인 문화프로그램으로 여러 계층을 만족시키고 싶단다.
“이름을 얻었던 작가들 작품마저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전북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작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점차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까지로 범위를 넓혀가겠습니다.”
최관장은 “전북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내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내년 초 지역 작가들을 초대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회 성격의 ‘미술관회’와 회원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트샵과 카페테리아 등 입주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아직 이른 감도 있지만, 미술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일반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미술관을 즐기고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는, 도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만을 기대하는 시선 속에서 예산 확보부터 운영 과정까지 여건을 만들어 가기가 힘이 들었다”는 최관장은 “국공립미술관이 어려운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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