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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13)

대설원처럼 펼쳐진 '소금 사막' 과 만나다

야즈드로 가는 버스 창가 너머로 하얀 소금이 사막처럼 펼쳐진 'Dadht-e Kavir'. 마치 대설원을 보는 듯 하다. ([email protected])

이란 야즈드

 

인구는 40만, 해발 1230m. 예즈드(Yezd)라고도 불립니다. 테헤란에서 670Km 정도 남쪽, 자그로스 산맥 동쪽 기슭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주변에 카비르사막 이 있어 기후는 매우 건조하며, 모래 바람의 피해를 자주 입습니다. 여름의 기온은 40도에 근접하는 사막형 기후를 보이나 시내에서 45km나 떨어진 곳에 해발 4,077m 높이의 시쿠(Shir Kuh)산이 있어 언제나 흰 눈에 덮인 산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란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실크로드의 길목도시로 번성하였습니다.

 

야즈드에는 이란에서 가장 높은 첨탑으로 유명한 자메 모스크 (Jame Mosque)외에 수많은 모스크를 볼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 볼 수 없는 특이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로아스터교 유적지와 사원, 또 하나는 지하수로, 다른 하나는 Budgir (windtower) 라 부르는 무공해 자연친화 에어컨디션 시스템입니다.

 

버스타고 야즈드로 출발

 

4월 26일 12시 20분, 이번에는 최신형 볼보 버스로 이동합니다. 테헤란-야즈드간 거리는 670Km, 평상대로 가면 9시간 소요 예정. 헤미드씨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버스에서 가장 좋은 자리인 기사 바로 뒷자리에 혼자 앉아 갔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함께 동승한 사람들이 먹을 것과 차를 나누어주며 이방인을 보살폈습니다. 이러다 왕자병 중증으로 돌입할 것 같다는 예감이 팍팍 듭니다.

 

나도 이제는 늙는가 봅니다. 변화 없이 메마른 광야를 2시간 달리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젠 차를 탄다는 자체만으로도 좋고,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안식으로 느껴집니다.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다니 신기하죠? 좀 더 젊었을 땐(?) 조금만 변화가 없어도 몸을 뒤척이며 안달을 하지 않았던가요?

 

물끄러미 손등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정말 늙었다. 뽀얗던 피부는 다 어디 가고 누렇게 바랜 잔주름만 남았을까? 앞으로 더 심하게 거칠어질 일만 남아 있겠지... 그래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낼 모래면 50인데 이 만큼이면 아쉽지 않게 산 샘이고 앞으로 더 사는 날은 덤이라고 생각하자.^^“ 이런 상념을 즐기는 자신이 대견스러워 혼자 히죽 히죽 웃으며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야즈드 가는 버스길에서 만난 '소금사막'

 

지평선이 끝나는 자갈 사막 저 멀리 하얀 눈이 보입니다. 설마... 초여름 날씨에 눈이 있을 리 있나? 하지만 누가 와서 봐도 저건 정말 눈입니다.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대설원... 문득 "닥터 지바고"가 생각났습니다. 소금...어딘가 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증발하여 소금만 남는 곳이 있다고... 그게 바로 여깁니다. 달리는 차창을 통해 사진을 찍어봐야 건질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소경 문고리 잡는 심정으로...

 

9시간 30여분만에 야즈드 도착

 

밤 10시, 9시간 반을 달려 온 차는 나 혼자 달랑 길가에 내려 두고 먼지를 일으키며 또 달려갔습니다. “여긴 또 어디야? 버스 터미널도 아니고, 시내 한복판도 아닌 이런 구석탱이에 내려놓으면 어떻게 길을 찾으란 말야?” 매번 버스에서 내릴 때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심한 편입니다.

 

배낭은 땅바닥에 팽개치고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따금 차가 한두 대씩 지나가긴 해도 사방이 잠잠합니다. 지나가는 행인도 안 보이고... 어떻게 되겠지...기다리는 님도 없고, 급할 것도 없고... 담배 불을 붙여 물고 시내 쪽이라 짐작되는 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택시가 한대 왔습니다. 이렇게 길 모르는 곳에서 차를 무작정 타면 흥정할 기준이 없다는 자체가 스트레습니다. 그런데 영어도 안 되네요. “에라... 걷자” 여행 중 택시 탈 일이 생기면 무서워지는 걸 보면 나도 엄청 쪼잔 한 놈입니다.

 

이란 청년들과의 만남

 

"하이~ 웨어 아 유 캄 프롬" 지나가던 프라이드가 동양인을 보고 턴을 하여 돌아왔습니다. 에구머니... 구세주가 또 한 다발 나타나시는 구나... "아임 코리안. 아이 원트 고 투 디스 호텔." 수첩에 적어 둔 베네헤스 호스텔 주소를 슬쩍 내밀자 타라고 합니다. 젊은 청년 셋, 강도나 치한이라는 명찰도 안 달았고 이마에 조폭이라고 붙여 놓지 않아서 넙죽 올라탔습니다.^^ 물어물어 베네헤스에 도착하자 도미토리도, 싱글 룸도 만원입니다. 역시... 싸고 깨끗하다고 소문이 나면 비수기에도 방이 차나봅니다. 청년들이 자기들이 아는 곳을 데려다 준다고 해서 다시 차를 탔습니다. 밑져야 본전인데... 야즈드에서 제일 멋진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소개해준 호스텔이 바로 내가 차선책으로 주소를 적어 두었던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아리아 호스텔...“하하... 역시 이란은 필이 통한다고.” 담배 한 개비씩 주고, 사진 한 장 찍고, 그래도 서운해서 음료수라도 사주려고 했더니 내일 시간 나면 호스텔에 놀러 온다며 사양하고 돌아갔습니다.

 

아리아 호스텔에 숙박

 

야즈드의 아리아 호스텔은 론리 플레닛에 소개 되어있는 집이라 외국 여행자들이 많이 옵니다. 시설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위치 하나는 기가 막힌 곳에 자리 잡았죠. 야즈드를 상징하는 바자르 앞에 있어서 찾기 편하고 허름한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좋습니다. 4인실 도미토리 60,000리알 (8,600원). 비수기라 혼자 독방처럼 썼죠.

 

Tip : 야즈드는 볼거리들이 외곽 쪽에 많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면 일일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수기라면 호스텔 투숙객 4명을 모아 차 한대를 빌리면 기사, 점심 포함 320,000리알 (일인당 80,000리알-11,000원 )이라 편하게 여러 곳을 돌아 볼 수 있어 더 경제적입니다.

 

아리아 호스텔에 일을 거들면서 투어를 주선하는 사하르라는 청년이 차를 쓰라고 자꾸만 꼬드깁니다. 함께 동행 할 사람이 있다면 분담하여 차를 빌리겠는데 혼자 4만원을 넘게 주고 차를 빌리자니 너무 배가 아파 도저히 혼자는 못 한다고 했더니 280,000리알 까지 값을 깎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기사 포함하여 차를 하루 렌트하면 이 가격엔 어림도 없지만 여긴 기름 값이 물 값보다 싼 이란 아닙니까.) 그럼 180,000은 내가 내고 나머지 100,000에 한 사람 네가 구해오면 투어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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