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스테이크 맛보면 뿅뿅 갑니다"
누군가의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면….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풀 코스’로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 그 사람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영호 한일장신대 전 총장(66).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직접 요리를 만든다. 어린 시절 소금국이 전부였던 그에게 요리는 큰 즐거움. 서양식이어서 더욱 낭만적이다.
“소고기는 너무 비싸고 기술도 어렵습니다. 제가 만든 포크찹은 고기 냄새도 나지 않고 일반 식당에서는 맛을 낼 수 없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인데요. 먹어본 사람들이 ‘뿅뿅’ 갑니다.”
그가 만드는 포크찹의 비법은 소스. 오이스터 소스을 주재료로 정종과 후추가루, 케찹 등을 넣어 만든다. 돼지고기를 다지는 일부터 제대로 대접하려면 한 사람당 그릇이 10개 정도 나가지만, 그는 “음식 만드는 것이 절대 귀찮은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돼지고기와 버섯, 부추 등을 넣어서 볶은 것을 계란 지단으로 감아 튀겨 만든 에그롤은 ‘말도 못하게’ 맛있다. 타고난 요리 솜씨 덕분에 팔보채, 탕수육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낸다.
“30여년 전만 해도 학생들과 있는 시간이 참 많았어요. 수업이 끝나거나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집으로 자주 찾아왔는데 김치볶음밥을 잘 만들어줬어요.”
그는 “내가 데려온 학생들인데 집사람한테 맡길 수 있냐”며 “학생들은 맛있게 먹어줬지만 지금 생각하면 별로였던 것 같다”고 웃었다.
시대가 좋지 못했던 시절, 70년대 말 그의 집에는 민주화·인권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50여명이 모인 어떤 날은 아침밥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두부와 김치만으로 매콤하게 끓여낸 두부찌개도 감사하게 먹을 때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1등을 하면 아버지가 특식을 하자고 했어요. 기껏 중국집 자장면과 물만두지만, 그때는 그것이 고급요리였지요.”
자장면과 물만두를 좋아하는, 입맛이 자신을 쏙 빼닮은 손자를 위해 그는 요즘 우동을 만든다. 멸치와 다랑어 가루로 국물을 내고 간장, 소금으로 간을 하고, 유부와 쑥갓, 곤약을 모양내서 넣으면 맛이 그만이다. 할아버지가 해주는 음식을 좋아하는 손자를 보면 요리하는 맛이 더 난다.
고급호텔에 가면 음식들을 유심히 보게 되고, 심심풀이로 텔레비전 요리강좌를 보면 실험도 하게된다는 그. 은퇴하고 손님은 뜸해졌지만, 그에게 음식은 여전히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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