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자는 헤어진 연인과의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고, 여자는 헤어진 연인과와의 나쁜 기억만을 남기려 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아름다운 추억을, 여자는 볼썽사나웠던 추억만을 간직한다는 얘기다.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라기 보다는 남자의 순애보를 치켜세우려는 말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도 갑자기 떠나버린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애끓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남자의 이야기만으로 114분을 끌어가기에는 밋밋했는지, 한 여자의 맹목적인 애정공세를 덧붙인다. 그리고 이처럼 얽히고 설킨 애정구도속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묻는 한마디, ‘니들이 사랑을 알어?’.
시카고에서 사진작가를 꿈꾸던 매튜(조시 하넷)는 리사(다이앤 크루거)와 사랑에 빠진다. 뉴욕에서 일자리제의를 받은 매튜는 리사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의하지만, 오히려 리사가 떠나버린다. 2년이 흐른다. 투자회사 광고책임자로 성장한 매튜는 부유한 약혼녀 멜리사와 함께 시카고를 다시 찾는다. 우연히 매튜는 리사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억의 연인인 리사를 찾아헤맨다. 드디어 그녀의 아파트를 찾은 매튜. 하지만 그곳에는 리자라고 주장하는, 알렉스(로즈 번)가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남자, 알렉스와 잠자리까지 갖는다.
한 남자에게 세여자가 있다. 현실에서의 돈많은 약혼녀, 추억속의 여자, 남자를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까지 속이는 여자. 영화는 어긋난 사랑과 잃어버린 사랑을 골고루 버무려 ‘상처투성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자칫 지루해졌을법한 최루성멜로가 스릴러를 차입하면서 비교적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끈다.
하지만 어쩌나. 지난 97년 개봉한 프랑스영화 ‘라빠르망’(LAppartment)을 본 관객이라면 시큰둥한 얘기다. ‘당신이…’는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존재를 알린 ‘라빠르망’의 헐리우드버전. 단순히 스토리만 따온게 아니라 장면구성까지, 충실하게 ‘라빠르망’의 문법을 베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바이벌이 맞겠다. 다만 결말만은 헐리우드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사랑이라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 가을이다. 옷깃을 여미며 허전한 옆구리를 쓰다듬는 이라면 추천할만하다. 마지막으로 헐리우드에서 뜨고 있는 샛별인, ‘트로이’의 두 미녀 다이앤 크루가와 로즈 번을 한꺼번에 만나는 재미는 ‘당신이…’만의 장점이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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