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1999년말이었다. 영화제 초대 프로그래머였던 정성일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멀티플렉스를 화제로 삼았다. 초창기 영화제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지역상영관의 부실한 시설이었다.
정성일씨는 “국내 멀티플렉스에 전주진출을 타진했는데 다들 고개를 가로젓더라”면서 “전주는 수요가 적어 당분간은 멀티플렉스가 자리잡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해줬다.
그런데 이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불과 5∼6년만에 국내 4대 메이저 멀티플렉스인 프리머스·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모두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단관형태였던 기존의 향토극장들도 멀티플렉스로 변신했다. “우리는 언제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편안한 의자에서 영화를 볼수 있을까”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지역극장가가 ‘전쟁터’가 됐다.
헌데 지역에서의 ‘스크린전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 전주시 금암동에 ‘씨너스’가 문을 열었다. 전주시 평화동에도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650석의 객석과 5개의 스크린을 가진 씨너스전주는 극장들의 단일브랜드 연합군 소속.
사실 관객입장에서 상영관이 늘면 나쁜게 없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이 있다는 건 어쩌면 행운이다.
하지만 이같은 과도한 상영관공급으로 인해 자칫 향토 상영관이 휴폐업으로 치닫고,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관객이나, 지역경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디 지역극장가경쟁이 헤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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