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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서정철 고궁한지 대표

"18개 상표등록 質승부"

흑석골은 전주한지의 탯자리다. 80년대 중반까지도 전주시 서서학동 흑석골에 100명 이상 종업원을 거느린 종이공장만 여러개 있었다. 여기저기서 한지들을 컨테이너로 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곳 한지의 7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던 시절이었다.

 

지금 흑석골 어디서도 한지고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 한지 공장과, 아파트단지 뒤로 폐허가 된 공장 몇 군데만이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흑석골을 지키는 마지막 한지공장(고궁한지) 주인 서정철씨(44)는 한지를 전주의 대표적 특산품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본산지를 버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단다. 특산품이 생산되던 유서깊은 곳을 버려두고 어떻게 전통을 이야기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지생산조합을 만들어 팔복동으로 단지화시켰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는 반문도 했다.

 

8년째 공장을 운영중인 그는 한지의 생존 전략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어 보였다.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 11명의 종업원이 있다. 가족간 영세하게 운영되는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대기업’인 셈이다.

 

그는 전통한지의 버려야 할 부분과 지켜야 할 부분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일반 서예용 종이(화선지)는 중국과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보았다. 가격과 발묵(發墨)에서 화선지를 앞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

 

대신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의 특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소비처가 제한된 만큼 소비처에서 필요로 하는 한지를 개발했다. 주문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품질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다.

 

제품의 고급화와 브랜드화만이 한지의 살 길로 본 그는 실제 ‘완산지’ '동양지' '시우지' '방초지' 등의 이름으로 18개 상표를 등록시켰다.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전통 종이와 관련된 나라를 다니며 생존의 길을 여기서 찾은 것이다.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 ‘7그램’ 종이, 한국화용 장지(대규모 용지), 8합지 등 남이 흉내내기 어려운 두께와 넓이에서 특화를 시켰다. 이번 서예비엔날레 납품을 맡기도 한 그는 화선지에 비해 발묵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그간의 노하우에 작가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존 한지의 발묵 단점을 상당 수준 보완했다.

 

그는 전통한지를 완전히 재현할 수 있게 10여년전부터 옛도구와 문서, 서적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에 바탕 없이는 현재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겉만 보여주는 전통이 아니라 직접 생산 판매하는 시설과 연계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생산공장과 별도로 100여평의 전통 시설을 계획하고 있단다.

 

그는 공장 자체가 전통문화재가 되고, 전통문화를 찾는 관광객들이 전통한지의 생산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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