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참사’ 이후 방송사들은 관객의 안전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안전요원을 더 확보하고 해당 지역 경찰병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지만 일시적인 제스처에 가까운 실정이다. 방송사 안팎에선 야외 및 지방공연 진행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객안전은 누가 챙기나= 관객의 안전관리는 대개 공연 주최측과 이를 대행하는 기획사의 몫이다. 방송사는 이같은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대신 방송사는 무대 및 출연 연예인 안전관리를 따로 챙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관객 안전을 위해 주최측이 고용하는 경호업체와 연예인 안전을 위해 방송사가 고용하는 경호업체가 서로 다르다”면서 “계약서에 관객안전과 관련해 주최측과 방송사의 공동책임 조항이 있을 경우,공연을 맡으려는 방송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 입장시간과 진행방식 역시 방송사의 편의에 맞춰 진행된다.
이번 MBC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시민들은 방송 리허설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무대와 정 반대에 위치한 직3문에서 기다려야 했다. 직3문은 본래 출구로 사용되는 만큼 안쪽에서 바깥으로 여는 문인데다 바깥쪽이 내리막길이어서 사고 피해가 컸다. 기획사가 ‘관객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송사의 요구사항에 맞춰 무대 반대편에 입구를 마련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입장시키다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주먹구구식 행사진행=주최측의 빠듯한 예산책정도 관객안전에 소홀하게 되는 한 요인이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지자체 등 주최측이 지역 홍보효과를 노리기 위해 대부분 예산을 방송사 유치에 할애하기 때문에 결국 공연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으로 진행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관객의 안전문제는 주최측에 의해서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현재 MBC ‘가요콘서트’와 KBS1 ‘열린음악회’가 고정적으로 야외 및 지방공연을 진행하고 있고,SBS는 1년에 3∼4차례 대규모 공연을 기획한다. 대부분 무료공연이고 ‘열린음악회’만 공연 전 입장권을 배포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며 선착순 입장이 관행화되어 있다. 그러나 1만명 이상이 모이는 공연에선 적정 안전요원이 투입되더라도 선착순 입장에 따른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압사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입장 도중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선착순 입장 방식은 이번 참사를 빚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방송사·주최측·기획사 등은 입장권 및 좌석권을 사전 배포할 경우 표만 받고 사람들이 오지않는 관객 유실과 반대로 사람이 많이 몰려 발생할 수 있는 관객 불만 등을 이유로 무료공연에서 선착순 입장 방식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한다.
◇개선점은 없나= 지난 4∼7일 대구와 진주 등에서 열렸던 방송사의 지방 야외공연 진행방식은 각 방송사가 고려해봄직하다. 이전처럼 선착순 입장방식을 택했지만 방송사 제작진 등이 적극적으로 관객의 안전문제에 개입한 점이 달라졌다.
5일 대구 엑스포 야외주차장에서 1만5000명 규모의 특집 콘서트를 연출한 SBS 김상배 PD는 “공연 전날 기획사 경호팀,출연 인기가수의 팬클럽 회장 등을 만나 입장 방법을 논의한 뒤 다음날 일반 관객과 팬클럽 입장 구역을 따로 지정해 입장시켰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작진이 관객안전을 우선시해 진행하니 비슷한 인력으로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통상 녹화 1시간 전에 마치는 방송 리허설을 3시간 전에 일치감치 끝낸뒤 1∼2시간 앞당겨 관객을 입장시켜 혼잡을 줄였다. 한 대형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무료공연에서 선착순 입장이 관행이지만 방송사가 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공연 장소와 내용,주요 관객층에 따라 선착순 입장 및 입장권 사전 배포,지정 좌석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녹화 위주가 아닌 관객 중심의 진행 시스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방송사를 비롯한 주최측,기획사 등의 인식변화와 함께 실천여부가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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