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이 왜 국내에서와 같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물론 나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의 문제도 있습니다. 세계는 기본적으로 인도와 유러피언 언어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거기에 간신히 끼는 것이 일본어,아랍어,중국어 정도입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의 불리함을 느꼈습니다.”(이문열)
“일본은 100년 전부터 번역사업을 시작했다. 10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일본이 주빈국 행사를 치렀는데 1000권을 전시했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100권을 번역해 전시했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력의 차이가 아니다. 문화의 힘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조정래)
한국 문학,혹은 한국 출판의 세계화를 위한 관건은 번역에 있다. 한국관에 전시된 책들 대부분이 아동책이거나 그림책인 이유,한국 출판사들이 자체의 기획보다 외서의 번역에 치중하는 이유,영미관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 출판사들의 휘황찬란한 부스가 한국관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유,나아가 세계 7위의 출판 규모를 가지고도 세계 시장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따져보면 번역과 연관돼 있다.
번역된 책이 너무 적다. 번역이 안 돼 있으니 한국 책을 사고 싶은 외국 출판사들이 있더라도 판단할 수가 없다. 한국문학번역원 권세훈 팀장은 “번역이 안된 책을 들고 갔을 때,상대방에서 그 책을 어떻게 검증하겠는가”하고 물었다.
현재 한국의 저작권 역조는 대략 20 대 1에 달한다. 우리가 수출하는 ‘1’도 동남아를 상대로 한 영어교재나 만화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권 팀장은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우리의 문학작품이나 정통서적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출판사들은 외국의 유명 도서전에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기 위해서 간다. 아동도서의 경우,한국 출판사들끼리 저작권 구매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뛰기 일쑤다. 현재 한국 출판사의 90%가 외서를 수입해서 번역.출판만 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도서전을 겨냥해 ‘한국의 책’ 100권을 번역한 것은 장차 한국 출판의 세계화를 위한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 번역원은 올해 추가로 100권을 더 선정해 번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해외 진출을 원하는 책들을 모아 외국어 초록을 만드는 한편,번역원과 출판사들간의 모임인 출판마케팅협의체를 구성해 가동 중이다.
한 권의 책이 세계 시장에 알려지면 연쇄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석영 소설의 경우 프랑스 쥘마출판사에서 몇 권 출판했는데,독일 데테파우출판사에서 쥘마출판사의 책을 수입해 번역 출판했다. 독일의 문학전문 출판사 발슈타인은 올해 김지하 시집을 출간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 황지우 시집,하반기 고은 시집 등 연속적으로 한국 시집을 출간한다.
권 팀장은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 여러 언어로 책을 출판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출판사 따로,번역원 따로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공조체제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세계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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