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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나도 이제 바로 끝났다

누가 무슨 일이 발각되어 무렴하게 여기거나, 실수를 해서 미안하게 여길 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서나 부끄럼을 덜어주기 위해서 자기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거나 그런 일 쯤이야 보통 있을 수 잇다는 식으로 두둔할 때 제 삼자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도 이제 바로 끝났구먼’ 한다.

 

<근원설화>

 

전에 촌에는 울타리가 없는 집이 많았고, 또 울타리와 사립문이 있다 할지라도 한 마을 사람들끼리는 사립문에서 주인을 부르지 않고 그냥 울안으로 들어가 마당에서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떤 젊은이가 이른 아침에 뒷집 친구의 집에 가 뜰 밑에서 친구를 불렀다. 방문 밑 뜰에 남자의 신과 여자의 신 두 켤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친구 부부가 방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두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어 세 번째 크게 부르니 방에서 친구가 “이 자식아 좀 기다려” 했다.

 

앞집 친구가 그때서야 친구 부부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미안해서 그 친구의 무렴을 덜어주기 위해서 짐짓 말하기를 “응 천천히 해, 나도 지금 바로 끝나고 왔어” 하고 나갔다.

 

촌사람들의 가식이 없는 순진한 언행을 잘 표현한 익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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