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국물이 제격’이라고도 한다. 계절에 따라 음식을 가리지 말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헌데 극장가는 계절의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멜로영화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너는 내 운명’-‘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새드무비’까지.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흥행가도의 첫번째 덕목이었겠지만, 갑자기 옆구리가 시려지는 쌀쌀한 가을날씨라는 계절적 요인을 무시못한다.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내머리속의 지우개’가 관객들을 울렸다.
계절마다 흥행영화들이 정해져 있는 게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자. 추석시즌에는 코미디가 절대왕자다. 2001년 ‘조폭마누라’에 이어 2002년 ‘가문의 영광’, 2003년 ‘오 브라더스’, 지난해 ‘귀신이 산다’이 추석흥행을 장악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가 선두주자였다.
여름방학시즌은 공포영화의 세상이다. 올해도 ‘웰컴 투 동막골’이 흥행최강자(세상이 험난한 때문인지 어른들의 동화가 주효한 것은 아닐까)가 됐지만, ‘가발’‘여고괴담4’ 등이 선전했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스티븐 스필버그-톰 크루즈의 ‘우주전쟁’도 스릴러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겨울방학시즌은 어떨까. 물론 대작들의 전쟁이 벌어지지만 이 가운데서도 크리스마스시즌을 전후해 로맨틱코미디가 나름대로 선전하게 마련.
이러다 ‘여름은 스릴러·추석 코미디·가을 멜로’가 굳어져버리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추운 날씨에 더욱 오싹한 공포체험에 빠지고, 한여름에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만끽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청개구리근성’이라고 싫은 소리를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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