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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농촌, 향우회를 자산화 하라

지난 여름 고향에 60년만의 폭우로 큰 수해가 발생하여 수재의연금을 모금할 때의 일이다. “내가 맨주먹만 쥐고 고향을 떠날 때 누가 쌀 한 톨 도와줬느냐”며 모금에 냉정한 향우가 소수 있는가 하면 “좋은 일에는 못가도 불행한 일에는 참여 해야지요”하며 선뜻 응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중에 모금 통장을 찍어보니 그 냉정했던 향우 중 한 분은 의외로 상당한 금액을 보내온 것이다.

 

고향이란 그런가 보다. 청소년 시절의 추억으로 고향이 그립다가도 가난했던 고달픔이 떠오르면 잠시 가슴이 메어지며 애증(愛憎)의 마음이 교차되는 곳! 그것이 바로 고향인 듯싶다. 그러나 결국은 고향 산천의 아름답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마음은 온통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 상당한 금액을 보내준 의외의 향우도 그런 마음이 교차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우리들의 고향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농업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다. 재외 향우들이 고향을 좀 더 사랑하고 실제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흔히 말하는 ‘애향론’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고향의 얼을 계승하며 굳세게 사는 것, 고향의 인재 양성을 돕는 것, 좋은 고향 지도자를 뽑는 데 기여하는 것, 그리고 고향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 등이다. 그중에 ‘고향 농산물 애용’은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볼 때 먼저 특별한 관심을 가져할 일이다. 바야흐로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고 정부의 쌀 수매제도는 폐지되는 등 우리 농촌은 이제 스스로 판로 개척에 나서야 한다. 향우들이 고향 농산물을 적극 애용하고 홍보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임실군 주민 수는 3만여 명인데 재외 향우들의 수는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에만 우리 군 출신 향우들이 수만 명은 될 것이다. 수만 명이 하루에 만 원 어치의 고향 농산물을 먹는다면 하루 수억 원이 고향에 내려가고 한 달이면 수십억 원이 내려갈 수 있다. 실로 막대한 금액이다.

 

고향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 절대 어렵지 않다. 고향에 전화나 인터넷 주문 한 번이면 택배로 집까지 배달된다. 기왕에 돈 주고 사먹는 것 고향 농산물을 사용하면 쉽게 고향 사랑 할 수 있다.

 

도회지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을 고향에 내려가 정착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IMF 시대 이후 도시의 기업체에서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40대 중반부터 이미 ‘명퇴’가 시작되고 잘해야 50대 중반이면 은퇴하게 된다. 50대 안팎이면 농촌에서는 아직도 한창 일할 수 있는 청년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귀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뜻 결행치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삶의 전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소일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들에게 빈집을 알선해 주고 휴경지라도 빌려 주어 적절한 농촌 적응훈련을 병행한다면 실효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 보면 여러 가지 위원회가 많은데 정작 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비전문가들이 많다. 재외 향우들 중에는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그런 위원회에 자문으로 참여시켜 그들의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지자체 행정에 접목시켜 보는 것도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성공 여부는 결국 지자체가 향우인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향우들의 애향심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향우들을 하나의 시장 내지는 자산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필요하면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 재외 향우회를 관내 시민단체 대우하듯 지원도 해주며 유기적으로 참여케 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것이 곧 ‘열린행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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