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는 오로지 시를 먹고, 시를 마시고, 시를 끽연하고, 시를 꿈꾸고, 시와 연애하며, 시와 뒹굴며 살았지요. 그러다 군에서 전역하고 나니 감상적이며 정서적으로 유혹하던 시들이 구조적이며 분석적인 몸짓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낭만주의자로서 시와의 달콤한 밀월이 심드렁해지고 대립과 전쟁이 시작됐다. 애증이 엇갈리는 시와의 싸움. 양병호 전북대 교수(45)가 「한국 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태학사)를 펴냈다.
‘인지시학’은 시인의 생각과 정서가 어떻게 시 텍스트로 기호화되는가와 독자가 시 텍스트를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인지하는가를 주목하고 있다. 양교수는 “‘인지시학’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확고하게 구축돼 엄정한 방법론으로 학계에 유포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지시학’을 원용해 시를 해석하고 이해하면 창조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부 ‘인지시학의 이론적 고찰’은 레이코프와 터너, 존슨 등의 글을 읽고 인지시학의 정립을 위해 방법론적 모색을 정리한 글이다. 2부 ‘작품 분석의 실제’는 ‘인지시학’의 방법론으로 만해, 소월, 요한, 상화, 석정, 영랑, 미당, 육사 시인들의 시를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시도한 글이다.
이 책은 10년의 결과물이다. 양교수는 “시 공부는 먼저 작품론에서 시작해 시인론을 거쳐 시사로 마감하는 것이 정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시인론을 연구하고 마지막 10년은 시사의 정리에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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