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무산 첫날 군산 표정
‘위대한 군산시민의 저력에 감사드립니다-군산시’.
거리를 뒤덮었던 플래카드는 대신 시내 주요 지점에는 차분한 어조의 플래카드 몇개만이 걸려 있었다.
평소처럼 출근길 시민들은 분주했고, 공무원들은 애써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상실감도 커보였다. 그러나 이미 부안갈등을 지켜본 시민들은 ‘실망감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택시기사 전종옥씨(54·군산시 구암동)는 “군산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반대한 시민들은 군산의 현실을 너무 모른 것 아니냐”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찬성활동을 해온 관계자는 반대측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언제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하면 반대활동에 나섰던 단체 등에 대한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내 정치인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자영업을 하는 김영신씨(46·여·군산시 경암동)는 “대다수 주민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의원 등은 어정쩡한 입장속에서 눈치만 봤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다”고 말했다.
방폐장 유치를 통한 지역발전에 높은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그만큼 실망도 컸다.
대학생 박지애씨(23·군장대 관광경영학과 2)는 “졸업후 고향에 살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모두들 군산을 등지고 있다”며 “방폐장 유치에 상당한 기대를 했지만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의 원전 지원특별금 등 미묘한 시기의 정부 결정은 군산지역 유치에 어려움을 줬다”며 “그러나 높은 찬성율을 보인 군산시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런 상실감이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지역의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히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있다.회사원 박정기씨(34·군산시 소룡동)는 “84%라는 기록적인 찬성율에도 탈락하면서 ‘군산은 안된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격려하고, 아픔을 보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정을 자극하는 보도 대신 주민간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주영건설 황인수대표(45)는 “비록 실패했지만 반대측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며 “경이적인 찬성율을 보인 군산시민의 힘을 모아 그 역량을 지역현안에 다시 열정을 모으자”고 말했다.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시민들은 한결같이 ‘주민갈등 치유’에 대한 열망을 얘기했다. 이미 부안에서 겪은 상처와 아픔을 봐왔던 시민들은 ‘제2의 부안’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와 지도층의 빠른 치유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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