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들을 뒤늦게 미술의 길로 끌어들였을까.
국문학을 전공한 정인경씨(43)의 ‘the Time’과 생물학을 전공한 정경숙씨(39)의 ‘Bursting’.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두 서양화가가 작가의식이 도드라지는 두번째 개인전을 펼쳐냈다.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 정인경 ‘the Time’
시간은 우리 의식 밖에 존재하는 하나의 물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의식 밖에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의식 안으로 끌어 들여온다. 정인경씨의 ‘the Time’.
“글만 썼던 사람이 좋아보이는 그림에 첫 발을 들여놓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죠. 글과 그림 사이에서 아직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림과 더 맞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문학도라고 먼저 말하는 정씨는 대상을 바라볼 때 문학적 사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각적인 것을 배제하고 정신적인 것을 탐구했던 첫 개인전 ‘홀로 간 사람’에 비해 이번 전시는 학구적인 것과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흔적이 엿보인다.
“작업을 할 때면 회화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관념적인 시간이 아닌, 시간 자체의 모습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었거든요.”
회화가 정서적이고 감정적이다면 정씨의 작품은 이성적이다. 감정을 의식으로 억누르는 그의 작업은 회화와 디자인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다.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 졸업.
△ 정경숙 ‘Bursting’
‘파열하다’ ‘폭발하다’의 뜻을 가진 ‘burst’.
화면 안에서 폭발하는 그는 무한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정경숙의 ‘Bursting’.
“그림을 표현할 때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둡니다. 의식적인 형상성을 배제하고 내면의 감정을 자유분방하게 즉흥적으로 쏟아내지요.”
즉흥적이지만 그의 주제는 분명하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진리인지 모르지만 그는 붓과 물감으로 감정을 분출하며 삶에 대한, 자신에 대한, 수많은 물음과 마주한다.
“어떤 형태를 그려야 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붓을 들고있는 그 순간에 힘과 에너지를 실어 움직이는 것이죠.”
뚜렷한 형상 없이 그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적 효과는 이번 전시에서 더욱 강조됐다. 색의 선택도 검은색을 바탕으로 원색이 품어져 나오도록 해 강한 이미지를 살렸다.
뒤늦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간 것이라는 그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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