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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영화] 이 영화 - 러브토크, 소년 천국에 가다...

이번주에는 드물게 3편의 한국영화가 한꺼번에 선보인다. ‘러브토크’‘소년, 천국에 가다’‘미스터 소크라테스’. 최근 ‘웰컴 투 동막골’과 ‘너는 내 운명’등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은 어떤 성적표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러브토크’(감독 이윤기·출연 배종옥 박진희). 상처입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상처투성이 사람들을 그린 세밀화(細蜜畵)이기도 하다. ‘러브토크’에 빠지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리고 아픈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야 한다. 그런 아픈 사랑과 이별해야 했던 기억도 간직하고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쓸어내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조바심나는 새로운 사랑과 마주쳐본 추억이 있어야한다.

 

사랑에 실패하고 낯선도시 LA로 흘러든 써니(배종옥)는 발가벗은 뭇남자들을 상대해야하는 안마사. 청취자들의 애정상담을 해주는 라디오프로그램 ‘러브토크’를 듣는 일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다. 우연히 써니의 집에 지석(박희순)이 세들어살면서 써니의 황량한 가슴에도 연정이 싹튼다. 지석은 ‘러브토크’를 진행하는 DJ 영신(박진희)의 옛애인. 이렇게 세남녀는 서로 얽히고 사랑하면서도 시린 기억을 건드릴까, 아픈 상처가 도질까 머뭇거리기만 한다. 11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무채색의 화면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연신 토해낸다. 현란한 속도감에 익숙한 관객들은 제자리걸음을 맴도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묘하다. 가슴 깊숙히 패인 사랑의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주인공들이 아프다고 울부짖지않는데도, 그 아픔과 쓸쓸함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낯선도시, 황량한 도시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을 LA에서 촬영을 마쳤다. ‘여자, 정혜’의 이윤기작품의 두번째 장편. 찬찬히 들여다보면 ‘러브토크’는 ‘여자 정혜’의 연장선상이다. 18세관람가.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출연 염정아 박해일)는 13살 소년이 어느날 갑자기 서른살 어른으로 건너뛰어 꿈에도 그리던 연상의 미혼모와 사랑을 이룬다는 코믹멜로다. 영화의 행간에는 80년대 군사정권에 대한 거부감이나 복고코드가 읽혀진다. 그러나 시간을 건너뛴다는 판타지와 정치적인 뒷배경이 제대로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하고 평범한 코믹영화에 머문다. 다만 ‘연애의 목적’이후 천연덕스러운 능청연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해일, 염정아의 물오른 연기가 허술한 이야기구조를 덮어버리고도 남는다. 박해일의 천진난만한 연기에다, 만화가게주인-밤무대가수의 투잡을 가진 염정아가 직접 부르는 ‘봄비’‘누구라도 그러하듯이’가 쉽게 잊혀지지않는다. 미혼모의 아들을 구하고 대신 저승에 간 13살 네모(박해일)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일년을 하루로 계산해 60일만 사는 조건으로 어른으로 환생한 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제법 코끝이 찡해진다. 12세관람가.

 

‘미스터 소크라테스’(감독 최진원·출연 김래원)는 조직폭력배의 스파르타교육을 거쳐 경찰에 입문한 ‘생양아치’의 좌충우돌을 담는다. 조폭장학생출신 형사는 누구보다 엽기적이고 괴팍하지만 범죄자 잡는 솜씨는 누구 못지 않다. 나중에는 자신을 형사로 키운 조폭들과 제대로 한판 붙는다. ‘악법도 법이다’고 외쳤던 소크라테스가 되살아난 듯하다.

 

김래원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매력이 돋보인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강신일·이종혁·오광록 등 개성파 조연들이 든든하게 영화를 에워싼다. 통쾌함과 웃음이외의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듯. 18세관람가.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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