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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가 들려주는 '美의 역사'

밀로의 '비너스' 에서 워홀의 '마릴린' 까지

미의 역사/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아름다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썼다면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작가 푸코는 그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지적인 독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다. 그의 신작 ‘미의 역사’가 한국을 포함해 10여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리라.

 

에코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서부터 현대의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스타들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와 문화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빠짐없이 보여준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고대는 비례와 조화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미를 추구했고,‘암흑의 시기’라고 알고 있던 중세는 오히려 빛과 색채에 대한 강한 동경을 드러냈다. ‘이성의 시대’ 근대의 한 구석에서는 감정과 열정에 극단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이 존재했으며,현대는 이전에는 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에서 새로운 미적 감수성을 발견했다.

 

책머리에 실린 비교표는 하나의 미학적 주제를 각 시대가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옷을 벗은 비너스’ 를 주제로 한 비교표는 기원전 3만년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2세기),‘비너스의 탄생’(1482년·보티첼리),‘오달리스크’(1814년·앵그르),‘숲의 요정’(1908년·피카소) 등을 거쳐 1950년대 마릴린 먼로의 전신 누드사진과 1997년 모니카 벨루치의 상반신 누드사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에코는 미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동시에 미학의 핵심적 개념들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진화해 갔는지를 설명한다. ‘보여주기’와 ‘설명하기’를 위해 에코는 예술작품과 고전들을 동원하는데,여기에서 그의 해박함이 빛을 발한다. 에코는 밀로의 ‘비너스’에서 앤디 워홀의 ‘마릴린’까지 불러내며,플라톤,호메로스,칸트,헤겔,니체,랭보,카프카,바르트 등을 통해 자신이 설명하려는 것을 대신 말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의 보편적 측면보다는 미가 얼마나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편재돼 있다.

 

예술작품과 고전들은 에코의 주도로 전개되는 본문 만큼의 분량을 가지고 책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에코는 본문을 통해 한 시대의 핵심을 요약하는 한편 시각자료와 고전 원문으로 당대의 느낌을 체험하게 한다. 루브르박물관,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술품들을 구경하고,평생 한 번도 읽어보기 어려운 고전들을 몇 페이지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더구나 이 지적 여행에 유려한 해설자 에코가 동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이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코는 특히 하나의 미적 이상이 지배적인 시대에서도 다른 미적인 이념들이 존재했으며,그 이념들은 사회 변동과 계급간의 갈등,새로운 사실과 가치의 발견을 계기로 성장하거나 쇠락하는 경쟁관계에 있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중세 전문가’ 에코의 중세 미학에 대한 해석은 특히 방대하고 흥미롭다. 그는 오늘날 일반화된 낭만적인 사랑의 관념이 중세에 발명되었으며 기사와 귀부인 사이의 연애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또 괴기스런 이미지들의 근원과 이들에 대한 취향 또한 중세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대중문화에 대한 에코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현대 부분도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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