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초 한화진양 첫 개인전 30일까지 전주 수갤러리
첫 개인전을 연 열두살 화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학교가 끝난 오후 3시40분 부터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오후 6시까지, 화진이는 그림만 그린다. 머릿 속에서 상상한 인물이 대부분이지만, 그리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북 속 얼굴은 자신과 닮은 것 같다.
30일까지 전주 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화진 개인전’. 중산초등학교에서 화진이는 이미 큰 대회 최고상을 휩쓰는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유명하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림이 단순해 지고 딱딱해 지는 경향이 있어요. 화진이의 그림은 누가 시켜서 그린 것이 아니라 자기가 너무 좋아서 그린 그림이죠. 화진이의 지금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일부러 그림에 손 대지 않았어요.”
한달씩 열리는 수갤러리 초대전에 화진이의 선생님 한국화가 고기현씨(39)는 전시 기간 반절을 뚝 떼어 어린 제자에게 내어줬다. 소아과 안에 있는 갤러리 특성상 기성작가보다 어린 화가의 작품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재작년 가을, 초롱초롱한 눈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화진이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저를 찾아왔었어요. 꼬깃꼬깃한 스케치북을 내밀며 미술에 소질이 있나 봐달하고 하는데, 혼자 그린 그림 치고는 천재적인 소질이 보였지요.”
스케치북 안에는 연필로 그린 어머니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3학년 치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세밀한 관찰력과 묘사력이 돋보인다. 고씨는 “화진이의 순수한 표현력이 사라질 까봐 감히 손을 대지 못 한다”며 “일부러 기법을 가르치지 않고 재료를 대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화진이가 내놓은 그림은 20여점. 가수 비나 김종국, 영화배우 문근영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이 먼저 눈에 띄지만 손자를 등에 업고 있는 할머니나 여인, 잠자는 아기 등 생생한 표정을 잡아내고 섬세하게 묘사한 인물이 주를 이룬다. 인물을 많이 그리는 화진이는 “사람 얼굴에서 눈을 많이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잡는다”고 말했다.
“전시장이 좁아서 아쉽지만, 내가 그린 그림만으로 전시장을 채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욕심 많은 화진이의 꿈은 서양화가.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인 선생님의 영향으로 수묵담채나 연필소묘가 많지만, 딱 한 점 선생님의 얼굴은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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