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골 맛 김치' 생산 김춘봉 박점덕씨 부부
10여년 전만 해도 김치를 사먹는다면 손가락질 당할 일. 김치는 당연히 집에서 담그는 음식으로 여겨 김치판매사업이 무모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춘향골 맛 김치’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동부영농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춘봉(63)·박점덕(58)씨 부부. 이들 역시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던 1995년 당시엔 달리 확고한 신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망설임 끝에 시작했다.
“농촌에서 김장을 하면 서로 나눠먹지 않았습니까. 제가 만든 김치가 제일 맛있다는 이웃들의 말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평소 솜씨 좋다는 소리를 들어온 안 사장인 박씨가 당시 잘 나가던 혼숫방을 접고 김치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바깥 사장 김씨가 운영하던 정미소가 미곡종합처리시설에 밀리며서 새 돌파구도 필요했다.
부부는 정미소와 혼숫방을 정리하고,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종잣돈으로 남원시 운봉면 행정리에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손맛 만으로 김치사업을 탄탄대로에 올려놓을 수는 없었다. 전국적으로 김치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대기업까지 잇따라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다. 무·배추 등 재료들의 등락 예측이 쉽지 않고, 좋은 재료 확보 등도 사업적 노하우가 필요한 문제였다.
한 번의 빗나간 판단과 예측이면 곧바로 낭떨어지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는 외줄타기의 김치공장들. 많은 중소 김치공장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문을 내리는 와중에서도 춘향골 김치공장이 꿋꿋하게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전통의 맛을 고수한 ‘품질’이었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가족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남편 김씨가 재료 조달을, 아내 박씨가 김치담그는 과정을 관장한다. 대를 잇는 딸 현주(36)씨는 대외 수출업무와 내부 살림을 맡고 있다.
남원 운봉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고냉지 김장재료를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재료물량이 부족할 경우 조달 책임자인 김씨는 좋은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꼼꼼히 살핀다. 공장에서는 매일 끓는 물로 내부를 소독하고, 공장내 20여명 작업자들의 위생복 갖추기도 일상이다.
부부의 철저한 위생관리 덕분에 엄격한 식품안전검사 관리로 유명한 미8군에서 7년째 춘향골 김치를 먹고 있다. 미8군은 6개월에 한 번씩 불시에 공장을 찾아 검수를 해왔으며, 단 한 번도 머리 한 올 나오지 않았단다. 미군 납품과 인연이 돼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 장병들도 지난해 이회사 김치를 먹었다.
이회사가 수출에 눈을 돌린 것은 3년 전부터. “수출을 위해 농업유통공사를 노크했을 때 처음 거들떠도 안보더라구요. 식품박람회 등에 나가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구석 부스를 배정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초기 낮은 제품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품질로 곧 외국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춘향골 김치는 중소식품업체로서는 드물게 일본과 대만에 지난 한해 35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수출액도 그렇지만, 김씨 부부는 수출단가 면에서 다른 업체보다 평균 8배 이상의 가격을 받는 점에 자부심이 크다.
수출쪽 업무를 전담하는 현주씨는 일본인들이 ‘혼’과 ‘장인정신’이 담긴 제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름부터 전통적 맛이 풍기는 춘향골 김치의 지향점과도 통해 상승효과를 낸 셈이다. 미원과 설탕을 쓰지 않고 전통의 맛을 내는 춘향골 김치만의 비법과 차별화된 전략도 한몫했다.
김치시장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칠 때 춘향골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만의 노하우와 평소 철저한 위생관리가 바탕이 됐다. 최근 기생충알 사태와 납금속 등으로 김치파동이 났을 때 이회사는 곧바로 식약청으로부터 안전확인증을 받아 외국바이어들에게 안전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신속한 대응과 신뢰를 바탕으로 춘향골 김치는 국내산 김치가 기생충알 사태후 40% 이상 일본 수출이 감소하는 타격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일본 생협 초청을 받아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품평회까지 해주는 등 일본에서 지명도를 높인 박씨는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만으로 보람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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