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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자기나 뒤치고 흔들어 보라지

힘이 모자라고 권세가 없어 부득이 당한 일인데 남의 말을 하기 쉽다고 이러쿵 저러쿵 비방하고 흉볼 때 인용하는 말이다.

 

<근원설화>

 

홍만종(洪萬宗)이 쓴 명엽지해(蓂葉志諧) 중 ‘고책번신(姑責飜身)’조에 나오는 이야기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이 들에 밭을 매러 갔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시냇물이 넘쳐 흘렀다.

 

그들은 내를 건널 수 없어 냇가에 서성거리고 있는데 마침 건장한 젊은이가 그곳에 이르렇다.

 

젊은이가 말하기를 “날은 저물어가고 물은 깊으니 여자로서는 도저히 건널 수 없습니다. 내가 업어서 건너드리겠습니다.”

 

시어머니가 “참 고마운 일입니다. 먼저 며느리부터 건네 주고 다음에 나를 건네주시요.”

 

젊은이는 곧 며느리를 업어 건넸는데 건너편 언덕에 이르자 며느리를 눕히고 강간하기 시작했다.

 

저편에서 바라보던 시어머니가 “며늘아 며늘아 몸을 뒤쳐라. 몸을 비꼬아라. 흔들어라” 소리쳤으나 그대로 끝내고 젊은이가 이제는 시어머니 쪽으로 건너갔다.

 

젊은이가 가면서 생각했다. 며느리만 그래놓고 시어머니를 그대로 두면 장차 며느리가 시어머니 등살에 배겨내지 못할 것이니 시어머니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 여기고 물을 건너자마자 시어머니를 강간하기 시작했다. 이편에서 그것을 본 며느리가 혼자말로 “어디 한번 뒤쳐 보시지, 흔들어보시지, 비꼬아 보시지” 했다.

 

시어머니가 젊은이에게 당하고 업혀 내를 건너와 집으로 돌아오며 며느리에게 부탁하기를 “이 일은 너나 알고, 나나 알고 일체 말하지 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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