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DJ정부가 일본문화개방을 선언했을 때, ‘이제 한국대중문화는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던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머쓱해진 상태다. 한류스타들이 아시아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당시의 우려는 호들갑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났다.
일본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로자와 아키라(7인의 사무라이·카게무샤 등 연출)·오즈 야스지로(동경이야기 등 연출)같은 거장을 등에 업고 세계영화계에 명성을 떨쳤으면서도, 국내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이상하리 만큼 흥행성적표가 평균 이하다. 98년이후 해마다 10여편의 일본영화가 선보였지만 ‘러브레터’(67만·서울관객 기준)와 ‘링’(57만) 등 몇편을 제외하고 관객동원에 실패했다.
‘한국영화는 일본영화에 비해 시스템이나 제작수준이 5년이상 뒤쳐진다’는 업계의 속설에도 불구하고 일본영화에 대한 국내관객의 선호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수준’이다.
헌데 요즘들어 일본영화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일본영화의 국내개봉이 꾸준하다. 최근에도 ‘도쿄타워’(애석하게 일주일만에 간판을 내렸다)가, 아직 도내에선 개봉하지 못한 ‘도쿄느와르’‘도쿄 데카당스’ 등이 대기중이다. 그리고 최근 선보이는 일본영화들은 ‘감수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불륜을 부추기는 멜로물이건 에로물이건, 감성만큼은 한국영화보다 한단계 앞선게 사실이다.
물론 아직은 이같은 감성의 호소에 일부 매니아들만 화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도, 한국공략을 멈추지 않는 일본영화업계의 노력이 언젠가는 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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