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익산시립합창단의 제 57회 정기 연주회는 ‘시립 합창단’의 존재 의미를 이상적으로 표출시킨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즉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단편적인 오페라 무대 장면을 빌려 ‘ 劇化 시킨 합창 메들리’는 관객의 소통은 물론 흥미와 즐거움을 가득 안겨 주었다.
이는 단순히 서서 순수 합창을 하는 것으로는 오늘의 변화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긴 해도 이런 무대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지휘자 최정석 만의 노하우이자 오랜 경험축적이 빚어낸 창작적 무대의 결실로 보아야 한다.
오페라합창 무대와 순수 합창 무대 사이에 배치된 ‘나인 깐딴테’는 클래식은 지루하고 일반과 무관할 것이란 청중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전체 프로그램은 물샐틈없이 빠른 진행을 보였고 특히 합창곡들도 오늘의 청중들과 통할 수 있는 우리 합창들이어서 관객의 친화력이 훨씬 긴밀했다.
매우 열악한 조건에 있으면서도 단원들의 일체된 음악의 단합은 무대의 열기 못지 않게 안정된 하모니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지휘자의 1인 3역의 헌신은 더욱 빛나 보였다. 전체 무대 감독과 깐딴떼의 멤버로 노래도 하고 지휘를 하는 것은 보기 힘든 경우가 아닐까 한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본 합창단 연주회에서 오히려 이처럼 종합적이고 열린 무대 감각을 전국의 시립합창단이 좀 보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술이 꼭 중앙 중심이어야 할 필요도 없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람의 가슴 안에 들어 있는 예술적 창의력과 의욕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저 예산을 극복한 단원들의 정신과 단합된 마음에 갈채를 보낸다.
옥의 티라면 자막이 좀더 큼직한 글씨였으면 좋겠다. 김은규 연출, 기획 등이 꼼꼼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런 무대가 일회성으로 그치기는 게 아쉽다. 예전에 비해 서울과의 거리가 현격히 짧아진 만큼 문화의 격차도 그 비례로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그래서 상임 단원의 확대를 통한 발전 모색도 검토되었으면 한다. 25년의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인 것 같다. 단원을 위해서라기보다 시민들을 위해서다. 모처럼 흐뭇해하는 시민의 호응에서 評者는 그걸 읽을 수가 있었다.
/탁계석(음악평론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