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언니, 신촌 너구리 또 왔어.”
“마담 언니, 8호실에서 호출이야, 빨리 가 봐, 그치가 불러”
이땅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여자 중엔 마담도 많고 언니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금수강산 삼천리 대한민국에서 가장 쉬운 말 정도로 알고 있는 ‘언니’, 그 언니의 뜻을 아는 사람 손들어 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도 젖먹이와 귀머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여자가 바람 빠지는 “피”소리와 함께 곱게 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언니’를 여자끼리 나이 많은 쪽을 향해 부르는 말로만 알고 있으면 곤란하다. ‘언니’는 곧 ‘맏’이다. ‘형(兄)’이 맏이듯이 언니도 맏이다.
그러니까 ‘兄=언니’인 셈이다.
전거(典據)를 들출 것도 없이 고래로부터 남자끼리, 또는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거리낌 없이 불러온 말이 ‘언니’다. 아벨을 죽인 언니가 카인이고, 이방번과 이방석을 죽인 언니가 바로 이방원이다.
영어 엘더 브라더와 빅 브라더, 일본말의 ‘아니’(한국어 ‘언니’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설도 있는)에 해당하는 형이 곧 언니다. 한자(漢字)의 옷을 입은 ‘兄’보다는 얼마나 정감어린 말인가. 그러고 보면 남녀간에 ‘언니’라는 호칭을 혼용(混用)한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 둘 것은 ‘부장님’, ‘과장님’할 때, ‘長’자에 이미 ‘어른’이라는 존칭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 굳이 ‘님’을 안 붙여도 되듯이 ‘형님’, ‘언니님’할 때도 ‘님’자를 안 붙여도 별로 불손한 것은 못 된다. ‘맏’자체가 손윗사람을 뜻하니까.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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