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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보쌈 가서 아들 낳고 딸 낳고

어쩔 수 없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하거나, 또는 남에게 끌려갔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는 뜻으로 인용되고, 또 허위적인 ‘보쌈’의 실제 내막을 뜻하는 경우도 있다.

 

<근원>

 

조선조 후반기에 들어 우리에게 유교가 극단적으로 형식화하고 허식화 되자 양반으로 행세하는 집안에서는 딸이 젊어서 과부가 되었다 한들 재혼을 하지 못했다. 재혼 시키면 집안이나 문중의 수치로 여겼고, 또 벼슬하는 관리는 딸을 재혼시켰다 해서 파면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공공연하게 재혼 할 수 없게 되자 남자 편에서 밤중에 과부의 친정에 가서 과부를 납치하여 가는 형식을 취했다. 즉 남자 측에서 장정 두 서너 명이 밤중에 과부의 부모 형제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과부를 업고 보자기로 얼굴을 덮어 과부가 저를 업고 가는 방향을 모르도록 하여 남자의 집으로 데려온다. 이런 일을 보(보자기)로 얼굴을 싼다 하여 ‘보쌈’이라고 했다.

 

이렇게 과부를 납치당하면 과부의 집안에서는 딸이 납치당했을 뿐 재혼시킨 것이 아니므로 체면이 유지되고, 남들도 재혼시켰다고 책망할 사람이 없다.

 

보쌈의 경우 실제로는 거의 남녀 양가에서 중매자로 하여금 미리 은밀히 약속이 된 합의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보쌈 후에 시비가 생길 까닭도 없고, 또 과부가 친정으로 도망칠 까닭도 없으며, 과부로서는 사내들 등에 업혀온 일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할 것이다. 만일 남자편에서 “우리가 업어왔으니 이제는 친정으로 가라”고 한다면 “업어올 때는 무슨 생각으로 업어오고 이제는 가라 하느냐”고 반항 할 것이다. 얼마 안가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 아닌가?

 

보쌈의 경우 과부가 시집에 있을 때 업혀가는 일은 거의 없고, 친정에 있을 때 업혀가는 것이며, 업어가는 날 저녁에는 과부의 부모 형제는 모두 외출하고 어린 동생들만 집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일이 내면적으로 은밀히 행해졌기 때문에 그것을 흉내내어 남녀 두 집 사이에 아무 사전 약속도 없이 실제로 보쌈하여 가는 일도 있었다고 하나 극히 드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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