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스탠딩, 평범한 주부의 성매매, 조카같은 남자와의 로맨스…. 도내 극장가에 이번주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들은 성인취향 일색이다. 일주일째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으로 몰려든 어린이·청소년관객이 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마치 성인관객들을 위한 해방공간을 만들어주려는 게 아닌 듯싶다. 겨울방학용 블록버스터의 잇따른 공세속에서 핑크빛 색깔로 무장한 멜로·로맨스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늠해본다.
△애인(감독 김태은·출연 성현아 조동혁)
지난 2003년에 개봉했던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라는 영화가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헤어질 때까지 줄기차게 정사를 벌인다. 당시 제작사였던 기획시대가 다시 ‘성애영화’를 내놓았다. ‘애인’.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속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섹스코드로 가득하다. 다만 전편에는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김서형을 기용한 반면 ‘애인’에선 누드화보집을 내고 ‘여자는 미래다’‘첼로’등에서 원톱주연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성현아가 히로인이다.
매력있는 전통매듭 디자이너와 잘생긴 건축가가 우연히 마주친다. 여자는 7년간 사귄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고, 남자는 다음날이면 아프리카로 떠나야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날 갖고 놀아줘”. 여자는 남자의 기습적인 연애공세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이들은 몸을 섞고 맹렬하게 빠져든다. 만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연애의 전 과정을 즐긴다.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오래된 연인처럼 다투고 화해한다. 모델하우스 안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자신들만의 결혼식도 올린다. 그리고 예정된 이별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을 꿈꿔봤을 법한,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도 또다른 애인을 꿈꾸는 일탈의 심리를 꺼내든다. 그리고 일탈의 표현수단은 지극히 자극적이다. 벌거벗은 남여의 육체가 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원초적인 욕망을 끄집어내듯 은밀한 정사씬이 되풀이된다. 남자의 체액이 튀고 나이트클럽 등 공공장소에서의 정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대개의 성애영화가 그렇듯 초반엔엔 오감이 곤두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미건조해진다. 깊이없는 대사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원데이스탠딩’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내지 못했다. 런닝타임 98분이 우회적으로 말해주듯 ‘2% 부족한 섹스코드 멜로’다. 다만 성현아라는 높은 상품가치 때문인지 관객들의 관심만큼은 뜨겁기만 하다. 18세 관람가.
△연애(감독 오석근·출연 전미선 장현성)
싸이더스픽쳐스(‘결혼은 미친 짓이다’‘연애의 목적’등 제작)와 좋은영화가 합병해 설립한 싸이더스FNH가 용감한 결단을 내렸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상대역을 제외하곤 마땅히 내세울 게 없었던 전미선을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을 중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미선은 자신의 절제된 연기력을 마음껏 뽐내며 ‘만년조연’을 말끔히 벗었다.
‘연애’는 남편의 사업실패 이후 생활전선에 뛰어든 평범한 주부가 매매춘에 입문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린다. 전화방도우미로 근근히 생활비를 벌던 여자는 우연히 ‘룸살롱 갈 돈이 없는 남자들이 싼값에 불러들인다’는 노래방도우미가 돼 속칭 ‘2차’도 나간다. 그러다 한 상대남성과 사랑에 빠진다. 나이만 먹었을 뿐 연애초보였던 이 여자는 남편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을 그 남자에게서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달콤했던 연애의 감정은 참담한 현실로 치닫는다.
간간이 이어지는 정사씬에도 눈길이 머물지만 ‘연애’의 미덕은 차분함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변태적인 성행위도구로 전락하는 한 여자의 일탈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린다. 도내에서는 전주시네마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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