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향토문화 인문학 연구의 요람
우리 사회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기능주의로 인해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된 적이 있다.
그러나 21세기 인문학은 위기를 넘어 그 가치와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인문학의 존립을 위협했던 요인들이 오히려 인문학적 성찰이 발휘되어야 할 터전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게임 등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문화산업은 풍부하고 질 좋은 인문학 컨텐츠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영상·대중문화에 대한 적절한 비평과 전망·발전 방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인문학의 역할이다. 정부에서도 인문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주민과 밀착된 체계적 지역문화 연구도 대학의 몫으로 주어지고 있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전통문화 및 지역문화 정체성 찾기에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역문화 황금시대를 이끌어 가는 중심에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 전라문화연구소
1983년 문을 연 전라문화연구소(소장 하태규·사학과)는 전라도의 문화를 총괄적으로 조사·분석, 다양한 연구물을 내놓고 있다. 또 관련 학술회의를 통해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큰 몫을 해냈다.
전라도 지역의 역사와 인물·민속·선사문화·언어·문학·종교·사상 연구에 수많은 업적을 남기면서 이제 호남문화 연구를 위해서는 전라문화연구소에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됐다. 명실공히 호남을 대표하는 향토문화 연구소이자 문화센터로 굳건히 자리매김 한 것.
연구소는 지난 1998년 전북도로부터 ‘전북학 명예연구소’로 지정받아 다양한 지역문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연구성과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인문학부와 문헌정보학과·국어국문학과·동양어문학부 교수들이 중심이 된 연구소는 각종 학술대회와 함께 ‘전라문화총서’를 비롯, 연구물 출판활동을 활발히 펴오고 있다. 올해는 15권의 ‘판소리총서’를 펴내기도 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문화관광부, 그리고 전북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실시한 지역문화 조사 및 연구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호남문화 자료조사와 문화정보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 및 ‘판소리 사설의 채록·정리·주석·번역 및 실용화 시스템에 관한 연구’· ‘민중생활사의 기록과 해석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의 재구성’ 등을 주제로 심도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판소리 사설의 실용화 시스템에 관한 연구’는 판소리 대중화와 세계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연구는 판소리 사설을 현대 국어로 풀이하고 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 공연무대에서 곧바로 실용화 할 수 있도록 DB(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이다.
연구소가 올초 발간한 ‘판소리 사설 전집’은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의 교재로 선택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최근 진안군으로부터 학술용역을 받아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웅치전적지 정비를 위한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디지털 남원문화대전’편찬을 위한 기초 및 현장조사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연구·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 인문학연구소
전북대 인문학연구소(소장 서진원·문헌정보학과)는 지난 3일 교내 진수당에서 ‘동아시아 3국의 문화교류’를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자문화권·유교문화권으로 대표되는 한·중·일간 문화적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 교수를 비롯, 중국 쑤저우대학·일본 규슈(九州)대학 연구자 100여명이 참석, 3국의 역사·문화와 문화정책 등에 대한 30여개의 주제를 발표했다.
기존 인문과학연구소와 어학연구소·미국학연구소를 통합, 1996년에 설립된 인문학연구소는 인문학 전반에 걸친 조사·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한국의 인문학 발전을 위한 창의적 학술활동을 추진하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사범대학과 인문대학에서 100여명의 교수가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문학연구소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으로 ‘한국 유학 3대 논쟁자료 수집·정리 및 연구’·‘호남문화 자료조사와 문화정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한·중·일 근현대 여성소설 비교연구’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해왔다.
또 국제 학술대회를 비롯, 교내·외 학술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논문과 저서 등을 통해 연구 성과물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일본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일본에서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서양문화의 수용과 변용’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도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구소의 문화포럼도 관심을 끈다. 문화포럼은 교수들이 전공의 한계를 넘어 발제하고 토론, 학제적인 시각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독서토론 모임이다. 외부인사를 초청하는 경우에는 공개강좌 형식으로 학생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이와함께 연구소는 (사)한국 어문회가 주최하는 ‘전국 한자검정능력시험’을 주관, 캠퍼스에서 정기적으로 시험을 관리하고 있다.
전북대 인문학연구소 소장은 내년부터 2년동안 전국 대학인문학연구소협의회 회장직을 맡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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