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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22)

날타르의 거대한 설산 아래...아! 욕심의 부질없음이여

날타르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낭가파르밧 정상(위), 날타르 빙하와 작은 집들의 어울림이 예쁘다. ([email protected])

길기트 (Gilgit)

 

길기트 (Gilgit)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에 있어 여행자가 필히 지나치는 기점도시다. 파키스탄 북부 길기트 관구의 중심을 이루는 도시. 인구 약 18만. 북쪽의 카라코람과 남쪽의 펀자브·히말라야 산괴 사이의 소분지에 있다. 해발 고도 약 1500m. 연강수량은 130㎜로 건조하며 해설수를 이용하여 봄밀·옥수수·살구 등의 과일을 재배한다. 공업은 모직천 파트라(pattra)를 생산하는 수공업이 활발하다. 인더스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길기트강은 이 도시의 남동에서 훈자강과 합류한다. 훈자강의 계곡은 옛날부터 내륙아시아와 인도반도를 연결하는 교통로로 이용되었다. 가까이에 라카포시산(7788m)이 있어, 카라코람 등산의 근거지로 되어 있다.

 

 

우째 이런 일이... 5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습니다. 새벽 6시 비행기라 늦어도 4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어제 저녁, 4시 반 모닝콜을 해두고 직원들에게 두 번이나 다짐을 받았기 때문에 안심을 하고 잤습니다.) 정신없이 배낭을 꾸리는 동안 서울클럽 주인 마나님의 호통 소리가 들렸습니다. "손님 비행기 못 타면 느그덜 이제 다 죽었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차를 타자 기사가 거의 사색이 되어 있습니다. 120... 130...140...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정신없이 질주. 5시 40분, 무사히 공항 도착. 배낭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무조건 탑승 수속을 하는 곳으로 뛰었습니다.

 

"STOP!! 스카르두행 6시 비행기는 결항이다." "왜 비행기가 안 뜨는데?" " 나도 몰라." "무슨 소리야? 그럼 다음 비행기는 언제 뜨냐? 그걸로 표 바꿔 줘라." "9시 비행기는 만원이라 너는 오늘 못 떠나" "머 시라? 표 끊을 때도 힘들었는데 결항되면 니들이 책임져야지 왜 못 가?" "너 티켓 오픈이잖아. 이럴 때는 우리가 책임 안 져" "웬 오픈? 나 오늘 꼭 가야 한다고 OK싸인 한 티켓 달라고 했는데... 그리고 스카르두행이 하루에 한번 있는 거 아냐?" "사람이 많으면 비행기가 두 번 뜨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오늘은 한번만 뜬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티켓은 정말 OK 사인이 없는 오픈티켓이고... 황당~. 무슨 항공사 시스템이 이러냐. 승객이 적으면 운항 취소 할 작심부터 하고 티켓을 팔다니... 아이고~~ 새벽부터 설쳐대며 생쑈를 했더니 맥이 좌악 빠집니다.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파키스탄 시스템을 믿은 내가 바보지. 이럴 때는 빨리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걸압니다. 스카르두... 꼭 가야할 곳도 아니고, 반겨줄 님도 없고, 비행기 안 타면 돈 굳고... 모래알에 싹트냐? 버스 터미널로 발길을 돌리면서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약이 몹시 올랐습니다. K2와 낭가파르밧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싶었거든요.

 

전화로 서울클럽 사모님께 사정 이야기를 하자 다시 차를 보내주셨습니다. 라왈핀디 버스터미널 까지 나와 8시 반에 길깃으로 출발하는 NATCO 버스표를 샀습니다. 비행기 값의 10분 1 이지만 시간은 14배나 더 걸립니다.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만났던 휴게실 중 제일 그럴듯한 곳에 나코 버스가 정차를 했습니다. 주변 경관도 좋고 식당도 깔끔하고... 그런데 매점주인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뻔히 아는 물 값을 남들의 두 배가 넘는 40루피를 요구합니다. 돌려주고 나오면 되겠지만 한 모금 마셨으니 그럴 수도 없고. "이 놈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너 그렇게 돈 버는 거 알라신이 좋아할지 모르겠다." 한국말로 퍼댔더니 눈치를 보며 겨우 5루피를 돌려줍니다. "됐네. 이 사람아. 넌 작은 거 땜에 큰 걸 놓쳤어.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나 잘 해" 항공사에 할 분풀이를 5루피 던져 놓고 다 하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속이 시원해졌지만 나란 놈은 참 못된 인간이라는 증명을 한 샘입니다.^^

 

길깃 까지 가는 나코버스는 기사가 쉬고 싶은 장소라면 아무데나 쉽니다. 여자들은 볼일이 좀 불편하겠지만 남자들은 아무 곳에나 쉬~.^^ 참, 파키스탄에서 여자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버스 안을 다 돌아보아도 여자는 한두 명이 고작이고, 길거리에서 여자를 본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새가 점점 험준해 지기 시작합니다. 계곡도 점차 깊어져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인류 4대문명중 하나인 인더스강의 원류는 이렇게 회녹색 물이 흐릅니다. 달리는 차에서 찍은 현수교...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대표적인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4시간을 달려 밤 10시 45분 길깃에 도착했습니다.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괜찮은 여관을 찾았습니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지만 눈만 말똥말똥. 여행 중 혼자 벽을 쳐다보고 있는 이 시간만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수선한 읍내를 빠져 나왔습니다. 딱히 볼거리는 없어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주변 경관이 너무 멋집니다. 길깃에는 3개의 현수교가 있어 마을 양쪽을 이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다리가 주민들의 수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에서조차 여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걸 보니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잘 익은 체리 한 움큼과 오이 한개, 파운드케이크 하나를 샀습니다. 여관 식당에서 접시를 빌리고, 짜이 한잔과 에그 프라이 두개를 주문하여 산뜻하게 상을 차렸죠. 아침상이 제법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투자비용이 적어 더 흡족했고, 모처럼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날타르 빙하 Naltar

 

식당 벽에 붙은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사진들이 예사롭지 않아 들여다보고 있자니 주인이 다가와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건 낭가파르밧, 이건 K2... 여기는 스카르두 데오쎄 평원... 에구~ 저 멋진 곳을 놓치고 이곳에 왔다니... 어제 비행기 못 탄 것이 너무 배가 아픕니다."앗! 여긴 어디요?" " 아~ 그건 락카포시고 저긴 날타르 빙하다." "락카포시 베이스 켐프는 5월 중순까지 통행금지 되었지만 카리마바드 가는 길에 볼 수 있고, 날타르 빙하는 차를 빌리면 한나절 만에 다녀 올 수 있어. 가는 길에 낭가파르밧도 보인다." "한나절 차 빌리는데 얼만데?" "1,800루피" "에이 비싸다." 그런데 슬슬 회가 동합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저길 가볼까? 낭가파르밧은 어제 밤 지나치며 잠시 보긴 했지만 너무 아쉬웠습니다. 1,500루피 이하는 어렵다는 말에 동의를 하고 차를 빌렸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 (모 전자회사의 광고 카피) 예~ 날타르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가는 길 좌우 한곳 놓칠 곳 없이 이뻤고, 날도 너무 화창하여 하늘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4WD 찝차에서 탐험에 나선 리빙스턴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세의 부질없음이여... 저 파란 하늘과 백만 년을 백번 곱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담금질한 설산을 보라. 네 욕심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비교해 보았느냐? 자연의 위대함에 엄숙함을 느꼈습니다.

 

날타르 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낭가파르밧. 어제 밤이 보름이었나 봅니다. 순백의 산을 푸르른 달이 비추는 모습이란... 커브를 틀 때마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낭가파르밧을 보며 그 신비로운 자태에 14시간 버스길을 다 보상받았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도 멋진 광경을 보았죠. 바로 이 산입니다.

 

낭가 파르바트 (8125 m) 1953년 독일, 오스트리아 원정대의 헤르만 볼에 의해 초등이 되기 전까지 무려 30여명의 등반가들의 생명을 앗아간 무시무시한 산입니다. 낭가파르밧은 "벌거벗은 산"이라는 뜻으로 수직의 암벽과 빙하로 둘러 싸여 정상 접근이 어렵기로 소문이 나있습니다. 이 산의 또 다른 이름은 디아미르(Diamir), "산중의 왕" 이라는 뜻이죠.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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