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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영화] 이 영화 - '태풍'

한국형 블럭버스터 모범답안 될까?

겨울방학을 앞두고 극장가에서 가장 불꽃튀는 싸움이 벌어졌다.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150억의 제작비를 들인 ‘태풍’과 2200억원(2억700만달러)를 쏟아부은 ‘킹콩’이 개봉했다. 기존에 상영되고 있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포함하면 전체 스크린수의 90%가량을 점령한 채 블록버스터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태풍(감독 곽경택·출연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국정원을 화면에 담았고, 최장기인 10개월의 촬영기간, 사상최고의 제작비 150억원(기존 최고기록 ‘태극기 휘날리며’의 147억원)을 들인 영화가 ‘태풍’이다. 한국과 러시아, 태국을 오가며 찍은 한국형 해양블록버스터. 무엇보다 ‘태풍’은 역대 한국 흥행영화들의 성공요인들을 빨아들이며 ‘한국형 블럭버스터의 모범답안’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1000만 관객에 빛나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남북한 분단상황을 정면에 내세우고, 헐리우드와도 견줄만한 초대형 액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 관객들의 누선을 자극할 탈북자가족의 고달픈 삶, 장동건·이정재 투톱의 남성적 에너지 등 다양한 흥행코드로 중무장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배급망인 CJ엔터테인먼트가 물량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태극기…’에서 하이퍼리얼리즘을 접목시킨 홍경표 촬영감독도 ‘태풍’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장동건의 마초연기가 ‘태풍’의 방점을 찍는다. 곽경택감독의 이름을 알린 ‘친구’에서 2인자에 머물렀던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거쳐 카리스마 넘치는 복수의 화신으로 멋지게 변신했다.

 

20여년전 남한정부로부터 망명신청을 거절당한채 가족학살을 목격한 탈북자 씬(장동건)은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며 해적으로 살아간다. 핵위성유도장치를 손에 넣고 한반도 초토화라는 복수의 칼날을 꺼내든 씬. 씬을 막기 위해 해군대위 강세종(이정재)가 투입되면서 두 남자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보여주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한국블록버스터의 강박증을 벗지 못했다’는 비난을 뒤로한 채 ‘태풍’의 항해는 시작했다.

 

하지만 ‘태풍’은 의욕이 지나쳤는지 갖가지 흥행코드가 화학작용에 실패했다는 느낌이다. 또 지금까지 아기자기한 소재에 솜씨를 뽐내왔던 곽경택감독이 지나치게 덩치만 키운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99년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 침몰했던 ‘유령’의 전철을 밟는건 아닌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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