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70~80년대 기분"
“올 겨울은 70∼80년대 기분이 납니다. 없어서 못팔 정도에요.”
전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연탄공장(전주시 팔복동 전주연탄) 앞에 줄을 선 차량들. 차량들 사이에서 14일 오후 만난 최정렬씨(60, 전주시 금암2동)는 추운 날씨에 연신 하얀 입김을 손에 불며 비비면서도 신이 난 표정이다.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연탄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 시간이 벌써 3시간째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엔 지루함이나 짜증난 기색이 전혀 없다. 장작과 연탄을 합쳐 피워 놓은 모닥불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운다.
“지난해보다 연탄수요가 두 배 이상입니다.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연탄을 주문한 사람들도 줄 서 있습니다.”
기름값 상승에 따른 예상치 못한 연탄수요에 최씨의 하루는 눈코 뜰새 없다. 이날 오전에만 2차를 배달했다. 동업자인 동갑나기 부인(김규옥씨)이 한 차, 아들(최규정씨·35)이 한 차씩 배달했다.
일거리가 많아 즐겁지만, 그에 비례해 몸은 고달플 수 밖에 없다. 하루 일이 끝나는 시간이 보통 저녁 8∼9시. 목욕하고 드러누우면 곧 송장이라고 고됨을 이야기한다. 비오면 아프고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 연탄배달업 26년의 ‘훈장’이 최씨의 몸 곳곳에 새겨져 있다. 2년전에 늑막염 수술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최씨는 자신의 직업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배달이 끝나면 온몸이 시커멓지만 당당한 노동이며, 정직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는 직업으로 여긴다. 늑막염 수술이 계기가 됐지만, 대를 이어 아들이 연탄판매업에 뛰어든 것을 막지 않은 것도 이같은 생각에서다.
최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40분에 시작된다. 오전에 배달할 물량을 연탄공장에서 가지고 나오는 시간은 오전 8시께. 2.5톤 트럭에 1500장의 연탄을 싣고 전주와 정읍, 부안 등 도내 전역을 누빈다.
작은 골목 등은 겨울철 주 소비처는 연탄난로를 사용하는 사무실. 음식점에서 고기구이용으로도 많이 소비한다. 일반 가정의 경우는 비수기인 봄철이 많다.
“10여년 전까지 소매점이 있었으나 기름보일러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판매까지 수송업자가 책임지게 됐습니다.”
별도의 판매점이 없는 대신, 휴대폰 연락처로 주문이 이루어진다. 자연히 배달구역 개념이 없어졌다. 전주지역 50여 수송판매자간 경쟁이 없을 수 없지만, 각자 단골이 있어 감정을 상할 만한 경쟁은 없단다.
연탄 한장 소매가격은 300원. 배달이 힘든 곳은 추가로 30원이 더 붙는다. 이중 배달료는 110원. 올해처럼 연탄수요가 많아 3식구가 2대의 차로 하루 4000장을 배달할 경우 40만원의 수입이 된다.
“큰 돈은 못벌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수입입니다. 그렇지만 상노동이어서 새로 연탄배달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연탄배달업을 하는 연령층이 50대 이상이며, 배달 경력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20년 이상이란다. 빨간 날짜와 눈비 내리는 날을 빼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연탄 배달에 몸을 던져온 최씨는 일과후 돼지 비게에 막걸리 한 잔 걸치는 게 최고의 낙이라고 사람 좋은 모습으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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