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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영화] 이 영화 - '싸움의 기술' 백윤식의 변신은 무죄

군산서 90% 이상 촬영...곳곳 낯익은 풍광

이리저리 뜯어봐도 영락없이 ‘백윤식을 위한 영화’다. 올해로 60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않는다. 특유의 묵직한 음성과 진지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농락한다. 느릿느릿하면서도 어느샌가 허를 찌르는 그만의 매력이 ‘싸움의 기술’에서도 120% 발휘된다. 그가 맡은 배역은 ‘초절정 싸움의 고수’. 그 앞에서 잘못 까불다간 ‘피똥’을 싸야한다. 무림의 가시밭길을 헤쳐왔을 것같은 내공에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인생의 진리까지도 터득한 것같다. 이미 ‘지구를 지켜라’에서 머리 빡빡 깎고 홀딱 벗은 외계인으로 나왔던 백윤식은 ‘수술’당한 프로사기꾼(범죄의 재구성)을 거쳐 고지식한 중앙정보부장(그때 그사람들)까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프로연기자다.

 

실용액션무비를 표방한 ‘싸움의 기술’은 ‘왕따’가 싸우는 기술을 터득하고 ‘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늘 맞고만 사는 고교생 병태(재희)의 소원은 단한가지, 맞지 않는 것. 그런 그에게 고수가 나타난다. 독서실에서 칩거하며 무협소설을 손에서 떼지않는 오판수(백윤식). 얼핏 전형적인 백수지만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다. 병태는 판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고수가 말한다. “너, 집에 돈은 있냐? 싸우려면 돈 많이 든다”

 

고수가 즐겨쓰는 싸움의 기술은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치졸해보인다. 상대보다 힘이 약하면 주변을 이용하고, 그럴듯하게 형광등이나 병을 깨는 것도 기선제압용으로 그만이다. 500원짜리 동전도 잘만 던지면 무서운 무기다. 멱살을 잡을 땐 박치기로 응수하라. 싸울때 쓰는 근육과 빨래짤때 쓰는 근육이 같으니 빨래에 전념하라….

 

백윤식을 위한 영화인 만큼 ‘오판수 어록’도 현란하다. 은둔고수 판수가 내뱉은 “너 나 한번만 더 손대면 그땐 피똥 싼다”에서 “너 피똥 싸고 기저귀 찬다?”로 이어진다.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이다”“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거다”같은 수사가 쏟아진다.

 

여기에 전체의 90% 이상을 군산지역에서 촬영한 만큼 군산 곳곳의 풍광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백윤식의 묵직한 존재감을 빼내면 ‘싸움의 기술’은 그다지 남는게 없다. 줄거리구조는 ‘말죽거리잔혹사’가 연상되지만, ‘말죽거리잔혹사’만큼 학원폭력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초 18세 등급 판정을 받았다 부랴부랴 일부 장면을 삭제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을 만큼 폭력적인 장면도 많다. ‘처절한 코미디’라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단편영화 ‘염소가족’등으로 주목받은 영화아카데미출신 신한솔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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