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카라코람 하이웨이 지나...써스팬션 브릿지 아슬아슬 공포체험
파수 Passu , 소스트 Sost
쏘스트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중 쿤제랍 패스를 넘기 직전, 파키스탄 측의 마지막 마을입니다. 파수는 카리마바드와 쏘스트의 중간 마을로 훈자 지역의 거친 자연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Jeep차 랜트비 1500루피를 혼자 감당케 된 것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훈자인의 작은아들 레오가 무료 가이드를 자청했습니다. 짐도 챙겨주고, 중국행 표를 예매해주고, 호텔도 잡아주고, 기사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무보수 개인비서를 얻은 샘입니다.
레오가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죠. “직업이 머냐?” “이슬라마바드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해요.” “그런데 왜 학교를 안 가고?” “주말이라 집에 왔어요.” “너 그럼 20대냐?” “예 스물인데요.” “헥! 우리 아들과 동갑이네. 근데 왜 니네들은 나이가 짐작이 안 갈 만큼 팍 쉬었냐? -!- 너의 아버지 나이는?“ ”아마도 51~2요....“ ”머시라? 51??“ ”예~.“ “오마나...난 너의 아버지가 70은 된 줄 알았다.” “참 아저씨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나? 몇 살처럼 보이는데?” “30~35” “허허 그럼 내가 10살에 우리 아들을 낳았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래 뵈도 48년을 살았다.” 그때부터 레오는 나를 삼촌이라고 깍듯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래 .. 아주 귀여운 조카 녀석을 또 하나 얻었네.^^
알리하바드를 조금 벗어나면 선사시대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들을 지나치게 됩니다. 여러 종류 동물들이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조각된 이 바위들, 보존해야 할 가치가 분명히 있을 텐데 철책하나 제대로 없이 길가에 그냥 방치되어 있습니다. 못사는 나라 문화유산은 그대로 사라져도 괜찮은 것일까? 무대책을 대하는 기분이 왠지 씁쓸해졌습니다.
제 3의 극지라 불리는 카라코람 산맥을 관통하는 도로가 이름처럼 하이웨이일거란 상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이 길을 뚫는데 20년이 걸렸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한 길인데... 눈이 쌓이는 겨울에 통행을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장마철이라면 곳곳이 붕괴되거나 낙석에 묻히는 일은 다반사일 겁니다. 이렇게라도 관리를 해주어 차가 통행할 수 있다는 자체가 고맙죠.
카라코람 하이웨이 대표적인 풍경 중 하나가 이렇게 생긴 강입니다. 물길이 토사를 운반하여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수 만년 동안 다듬어졌을 이 풍광들이 경이롭습니다.
[써스팬션 브릿지] 굴미트를 지나 파수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이 다리는 론리 플레닛에 소개되어 유명해졌습니다. 이름하여 써스팬션 브릿지. 인디아나 죤스 다리라고도 합니다. 그저 재미로 만들어 둔 다리가 아니라 주민들이 머리에 나뭇단을 이고 훌쩍 훌쩍 건너다니는 중요 통행로입니다. 이 다리는 생각보다 길고 많이 흔들렸습니다. 사진에는 태연히 웃고 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중간 지점에서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장마철 급류가 흐를 때 저 다리 위를 건너는 상상을 해보세요.
재미있는 다리를 잘 봅시다. 오른편은 이미 부서져 통행을 할 수 없는 다리입니다. (이 다리가 통행자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촉매제 역할을 함.) 새로 놓은 다리조차 발판이 듬성듬성, 균형을 유지해주는 세로줄은 간격이 너무 멉니다. 바닥은 수평이 아니고 워낙 흔들려서 손을 놓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 다리를 한국에 옮겨와서 공포체험 사업을 하면 한몫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 큰길에서 벗어나 보리스 레이크로 향했습니다. 랜트를 하면 이런 점이 좋죠~. 음냐리~... 이런 곳에 호수가 있다는 것은 신기하지만 규모가 좀 작습니다. 물이 파랗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차가 저속으로 달릴 때면 (Fur Elise)가 나왔습니다. (이란에서도 차가 천천히 가면 음악이 나옵니다. 우리는 뒤로 가면 나오는데...) 띠리 띠리 띠리 띠리 띠 띠리리띠~ 레오는 그 멜로디가 나오면 꼭 따라합니다. “너 저 음악 제목 알아?” “모르는데요.” “누가 작곡한 건지는 아냐?” “몰라요.” “정말 베토벤 몰라?” “몰라요.” “그럼 모차르트는 아니?” “모차르트가 머 하는 사람인데요?” 음~~ 심각하다. 파키스탄 대학생이 "루드비히 반 베토벤"을 모른다면 서양식 음악 수업을 받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아마 우리가 모르는 다른 분야의 음악을 공부하겠지만) “이 노래는 베토벤이라는 독일의 아주 유명한 귀머거리 작곡가가 테레제라는 처녀를 위해 만든 곡이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피아노를 배우면 꼭 저 곡을 연주한다.“ 와우~ 이 어려운 이야기를 영어로 레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는 유식함(?)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대로 알아듣기나 했을까 만은 그래도 저 멜로디를 들을 때면 베토벤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겠죠.^^
깎아지른 절벽이나 산 중턱에 하얀 자갈로 이름을 새겨둔 것이 이따금 보입니다. “레오야 저기 하얀 글자들은 무슨 뜻이냐?” “아~ 그거요... 몇 년 전 대통령이 이곳에 왔었는데 환영의 뜻으로 이름을 새겨 둔 것입니다.” 음~~ 이 나라도 아직 독재의 뿌리가 남아있나 봅니다.
[파수 빙하] .카라코람 하이웨이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빙하가 바로 이곳일 겁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 빙하를 볼 수 있죠. 큰길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만 가면 빙하를 만져 볼 수 있습니다. 흙과 자갈이 박혀있어 생각보다 많이 어수선한 빙하입니다.
쏘스트에 도착하여 PTDC에서 운영하는 호텔을 찾아 갔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만원이랍니다. 깨끗하고 숙박비도 저렴했는데... 이 좁은 바닥에 누가 단체 여행을 왔을까? 설마 외국인에게 방을 주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건 아니겠지요. 레오가 이쪽저쪽 알아보더니 “허름하지만 싼 집에서 묵을래요? 깨끗하고 비싼 집에서 묵을래요?”그럽니다. “깨끗하고 싼 집” 그런 곳은 PTDC 밖에 없다는 군요.^^ 800루피에 리베라 호텔에 묵기로 했습니다. (이 값이면 올드 훈자인에서 열흘 묵을 수 있습니다.) 리베라 호텔은 작지만 파키스탄에 묵은 곳 중 최상의 시설 이였습니다. 호텔 식당의 저녁과 아침식사 역시 GOOD!
새벽 5시 반에 눈이 떠졌습니다. 코딱지만 한 마을이라 돌아다닐 곳도 없습니다. 아침 시간이 한가하고 심심해지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 샘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아침 햇살을 받아 승천을 시작했습니다. 높은 고도, 맑은 공기... 드물게 경험하는 청명한 아침입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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