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1:4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속담보다 오묘한 재미 독자들 폭소

김준영 전북대 명예교수 전북일보 연재 '재미있는 익은말' 을 마치며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와 ‘삼세지습이지우팔십(三歲之習而至于八十)’ 중 어느 것이 더 뜻이 깊은 것 같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같은 말이라도 한자면 뜻이 깊은 것으로, 우리말이면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30년 동안 익은말을 수집해 온 원로학자 김준영 전북대 명예교수(86). 지난 한해동안 전북일보에 연재해 온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을 마치며 그가 질문을 던졌다.

 

“익은말이 결국 숙어인데, ‘익은말’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사건이나 설화에서 이뤄진 익은말 속에는 각 사회와 문화의 특성이 반영돼 있어 더욱 중요하지요.”

 

김교수는 “어떠한 배경을 통해서 빚어진 익은말은 직접적인 표현인 속담보다도 더 오묘하고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연구 보다는 수집하느라 꽤 애를 먹었습니다. 익은말이 나올 법한 문헌은 다 찾아 봤지만,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인지 익은말이 기록돼 있는 책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문헌보다는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듣게 된 것들이 더 많죠.”

 

“학교에 머물 때는 전공 관련 저서를 쓰느라 익은말 수집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했다”는 그는 1985년 정년퇴임 후로 술자리나 양로당을 찾아다니며 익은말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수집한 것이 400여편 정도. 올해 안으로 책으로 펴낼 생각이다.

 

“설화를 정리한 책들은 종종 있지만, 익은말이 책으로 나온 적은 없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말에서 익은말이 차지한 비중을 생각하면 국어국문학 연구에 있어서도 익은말 관련 책이 한권 쯤은 있어야 합니다.”

 

국어학계에 익은말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던 그는 “익은말 연구는 한 두사람 손으로는 안된다”며 “앞으로 익은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튼 농담을 상대방이 진담으로 들었을 때 ‘재담하다 상 처한다’고 하면 벌써 표현부터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처럼 익은말을 쓰면 우리말이 윤택해 집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사람 관계도 부드러워지겠죠.”

 

각박한 세상살이, 원로학자가 익은말 찾기에 지치지 않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