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지다, ‘홀리데이’에서 탈주범 지강혁으로 분한 이성재의 몸매. 말랑말랑한 군살이라고는 한점도 찾아볼수가 없다. 10㎏이상을 감량하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낸 날카로운 근육질이다.
이성재의 ‘깎은 몸매’는 ‘홀리데이’의 은유이기도 하다. 냉혹한 누아르와 폭발적인 에너지. ‘홀리데이’는 관객들을 주눅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무려 7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홀리데이’는 지난 88년 ‘지강헌 탈주사건’을 영화화했다. 당시 주범 지강헌을 비롯해 12명이 탈주했고, 이 가운데 지강헌 일당 6명은 주택가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5명이 죽고 1명이 붙잡혔다. 당시 지강헌이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금도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유행어로 회자된다.
‘홀리데이’는 탈주범 지강헌을 앞세워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순을 강한 톤으로 고발한다.
하지만 ‘홀리데이’는 철저히 팩션(팩트와 픽션의 합성어·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을 지향한다. 실화를 기본소재로 삼았지만 캐릭터간의 충돌을 동력삼아 줄거리를 풀어간다. 무엇보다 ‘선과 악’의 헐리우드적 이분법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지강헌이 사회적 모순의 희생양으로 비쳐지는 반면, 지강헌의 천적이자 교도소부소장 김안석(최민수)은 사회악의 화신이다. 감옥은 죄수를 교화하는 장소가 아닌 재소자를 때리고 고문하는 폭력의 온상으로 비쳐진다. 지난 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했다 지난해서야 위헌판정을 받고 폐지된 보호감호제도(동종 또는 유사한 죄로 2회이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형기 합산 3년 이상인 자가 다시 유사한 특정의 죄를 범한 때,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해 감호 및 교화하는 제도)를 노골적으로 조롱한다. 이런 장치들은, 표면적으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소외된 사람들의 처절한 목소를 고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추면 고전적이고 상업적인 영화공식을 답습하고 있다. 탈주범과 냉혈경찰관의 대립각은 ‘홀리데이’의 미덕이자 한계가 아닐까. 특히 철거현장의 소요사태를 진압하면서 마구 총질을 해대던 경찰관이 교도소 부소장으로 부임한다는 설정은 경찰직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현실을 고발한다는 명분으로 억지를 부리는 꼴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 미화철거반에 의해 동생을 잃은 지강혁. 철거반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은 그는 교도소에 동생에게 총질을 한 악랄한 경찰관 김안석과 마주친다. 김안석의 고문과 짐승보다 못한 처우에 불만을 품던 지강혁은 탈주를 감행하게 된다.
이성재와 더불어 최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돋보인다.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근래들어 최고의 악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듯싶다.
익산과 군산 등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진 만큼 ‘홀리데이’는 도민들에게 더욱 친숙하다. 특히 익산시 성당면 와촌리에 5억원가량을 들여 1만평 규모로 5개동의 교도소세트를 지은 뒤 무채색톤의 교도소 장면을 담아냈다.
참고로, 당시 인질극을 벌이던 지강헌은 경찰에게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이를 잘못 알아들고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들려줬다고 한다. 제작사는 비지스의 원곡 사용권을 9만달러에 구입해 지강헌의 마지막 소원을 영화를 통해 들려줬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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