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5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로 본 한국근대’. 1900년대 초부부터 1960년대까지의 한국미술 흐름을 조망하고 있는 이 전시는 작가의 머리와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 특히 눈길을 끌고있다. 작품을 통해 그 속에 반영돼 있는 작가의 감정과 사상, 체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 포스터로 쓰인 권영우의 ‘화실별견’(1956)은 제목 그대로 화실 풍경을 그린 것이다.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화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 캔버스에 모델을 담아내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모델과 화가 주변의 공간이 문의 암시적인 표현에 의해 분할돼 화면 구성이 재밌다. 이종무의 ‘자화상’(1958)에서는 한 손에는 팔레트를, 다른 한 손에는 붓을 든 채 거울을 보고있는 화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주제인 듯 하지만 화가의 내면세계가 담겨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오지호의 ‘남향집’(1939)에 나오는 초가집은 그가 해방 전까지 살았던 개성의 집이다. 문을 열고나오는 소녀는 둘째딸. 담 밑에서 졸고있는 흰 개는 애견 ‘삽살이’라고 오지호가 증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오종욱의 ‘위증인 NO.2’는 ‘분신’ 시리즈로 변모하기 전 1960년에 제작된 작품. 뼈마디가 드러날 정도의 가냘픈 선으로 표현된 팔과 손, 거칠게 처리한 얼굴 없는 토르소의 표면은 생의 고통과 절망,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작가의 강렬한 감정이 숨어있다.
미술로서 한국 근대를 조명해 전시 초반부터 화제가 되고있는 이번 전시는 화가들의 생활과 사상이 투영돼 있어 더 매력적이다.
빛의 변화에 의한 흑백 대비로 고도의 함축성과 상징성을 함께 거둔 임응식의 ‘나목’(1953), 살아있는 선의 움직임과 원색의 색점들이 생동감 넘치는 이대원의 ‘복숭아밭’(1964), 일본적 아카데미즘이 맹목적으로 이식되던 시기 독자적인 감성으로 서양화의 토착화 방법을 보여준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1930년대) 등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광주시립미술관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귀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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