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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캔버스 외길, 여섯명의 작가가 얘기하는 회화의 요소

소리전당 문화MVP 전시부문 '그림의 조건' 전

'그림의 조건-회화에 관한 6인의 대화' 에 참여한 화가들. ([email protected])

“말주변이 없다”는 작가 다섯이 나란히 섰다.

 

말주변이 없다는 것은 아직 자신의 그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굳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그림의 조건’은 성립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문화MVP 지원 프로그램 전시부문에 선정된 ‘그림의 조건-회화에 관한 6인의 대화’가 2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오픈식이 열린 11일. 갑작스럽게 수술을 하게 돈 이정웅씨를 제외하고 윤철규 문지웅 서용인 최광호 신명식씨 등 참여작가가 만났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 실험과 개념적 구호가 넘쳐나는 시대, 붓과 캔버스만으로 정직하게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이들. 30∼40대 서양화가라는 점 이외에도 서씨를 제외하고 모두 지난해 개인전을 치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유대수 책임기획자는 “미술언어가 다양해 지고 있지만 전통적 방식이랄 수 있는 회화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작가들과의 좌담회가 담긴 자료집을 전시 기간 중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캔버스 안과 밖, 화면과 질료의 문제, 이미지의 재현과 해석의 문제, 대화와 소통의 문제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회화에 의지하며 걸어온 여섯 작가들의 작업을 훑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주어진 그림의 조건은 무엇일까.

 

#1. 윤철규 vs 문지웅

 

사실적인 인물과 변형된 인물. ‘그리고 싶음’에서 비롯되는 윤씨의 그림과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파생되는 폭력과 억압의 문제를 다루는 문씨의 그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향토적 서정주의’로 지칭되는 지역적 화풍에 근거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필법을 선보이고 있는 윤씨. 불확실한 미래, 결혼에 대한 고민 등으로 두통에 시달리던 때를 그린 ‘치통’, 한 때 자신이 좋아했던 ‘그녀’ 등 그의 작품에는 고백이 담겨있다.

 

‘폭력’을 화두로 꺼내든 문씨는 “정형화된 하나의 스타일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의 폭력, 자본의 폭력, 권력의 폭력을 거칠고 힘있게 표현해 냈다.

 

 

#2. 이정웅 vs 서용인

 

두 작가는 가느다란 선을 부각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회화의 평면성을 강조한 단색조의 화면에 책을 절단해 이어붙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이씨. “크고 넘치는 소재를 찾았던 과거에서 이제는 좀더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소한 일상을 찾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서씨는 보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이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경으로부터 서서히 떠오르는 드로잉만을 보여주거나 일러스트처럼 조각난 면구성을 통해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위치로 변출해 냈다. 전시장 그림이 눈높이 보다 낮은 것은 현재 회화의 위치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3. 신명식 vs 최광호

 

정밀묘사라는 가장 원초적인 회화 방법론에 기대어 있는 두 작가. 정밀하고 섬세한 필력은 대상 그 자체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식의 부재와 이미지의 상실을 나타냈다”는 신씨는 두 개의 다른 이미지가 하나의 시선 안에 들어와 의지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식의 대립과 선택적 해석, 이해와 기억에 대한 의문이다.

 

“회화의 본질은 재현의 과정을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다”는 최씨. 화면 전체를 뒤덮은 천의 굴곡을 통해 그는 현대인의 관계를 뒤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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