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41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채근담(菜根譚)

명말 홍자성이 지은 '지혜의 책'

채근(菜根)이란 나물 뿌리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소학」의 마지막 줄에도 나온다. ‘사람이 항상 채근을 씹어 먹을 수 있으면 백사(百事)를 가히 이룰 수 있으리라’가 곧 그것이다. 송(宋)의 유학자 왕신민(汪信民)의 말이다. 여기서 ‘채근’을 따서 책이름을 삼은 것이다. 저자는 명말(明末)의 홍자성(洪自誠)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대한 것은 30대, 시인 조지훈의 명역본 「채근담」(현암사, 1968)으로 하여서였다. 책을 지식의 책과 지혜의 책으로 양분할 수 있다면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난세지신(亂世持身)의 요결이요, 누항낙도(陋巷樂道)의 요체’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장(章)을 들어 본다. ① ‘봄 이르러 바람 화창하면 꽃은 한결 고운빛을 펴나니 새도 또한 고운 목청을 굴린다. 선비가 세상에 나타나 등 다스고 배 부르되 좋은 말과 좋은 일 하기를 생각지 않으면 비록 이 세상 백년을 살아도 마치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리라.’ ② ‘벼랑길 좁은 곳은 한 걸음 멈추어 다른 사람을 먼저 가게 하라. 맛 좋은 음식은 3분을 감하여 다른 사람의 기호에 사양하라. 세상 건너는 가장 안락한 법의 하나이다.’ ③ ‘남의 조그만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들어내지 말며, 남의 지난날 잘못을 생각지 말라. 이 세가지는 가히 써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 할 것이다.’

 

이러한 말들이 오늘의 세상살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나의 친구 박제천시인은 ‘책을 만나는 일은 인생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지팡이를 갖는 일과 같다’고 했다. 때로 세상살이 팍팍하다 싶으면 나는 「채근담」을 꺼내어 지팡이를 삼기도 한다. 몸을 부리자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함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