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지역 필리핀 이주여성회 산파역을 맡은 레오노라 회장(40).
한국에 온지 10년째인 그녀는 장수지역 이주여성의 맏언니 격이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도 해주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엔 모든 게 낮설은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몇 번이고 필리핀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하고 고향을 방문했을 땐 아예 돌아오지 않으려고 마음도 먹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세자녀들 때문에 눌러앉게 되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레오노라씨가 남편 김종기씨(47·장수읍 송천리)를 만난 것은 한국인 무역업자를 통해서다. 대학 졸업후 필리핀의 중소도시인 다굼시에서 세관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무역업자의 소개로 필리핀으로 찾아 온 김씨를 만나 96년 결혼했다.
한국에 온 그녀는 남편이 토마토하우스농장에 나가면 집에서 운영하는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야 했다. 처음엔 한글을 몰라 남편 김씨가 사전을 찾아가며 물건에 한글과 영어로 이름과 가격을 써놓으면 이를 보고 팔았다. 이렇게 2년동안 장사를 하면서 한국어를 터득하고 이주여성 한글교육장인 ‘논실마을’에서 체계적으로 한글을 배워 영어학습지 교사와 장수와 수남초등학교 영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어느정도 한국생활에 정착하고 경제적 안정도 찾아갔다.
하지만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녀는 혼자사는 외로움을 달래려 필리핀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사촌 동생 바리사(30)를 남편 친구와 중매를 서 장수로 데려 온데 이어 교대에 재학중인 바리사 동생 밀리사(28)도 남편 후배와 맺어주었다. 또 초등학교 교사인 외사촌 로자린다(41)도 장수사람과 결혼시키고 또다른 사촌 동생도 혼사를 주선, 대전에 사는 등 사촌 4명이 레오노라씨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레오노라씨는 “사촌간 부부 5명이 자주 모임도 갖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 큰 위안과 힘이 된다”고 전했다.
그녀는 현재 운영중인 영어교습소외에 원어민 강사로 초등학교에 출강하는 등 어린이들의 영어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자신의 수입은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지만 6남매중 맏이로서 필리핀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 학비도 어느정도 도와주고 있다고 귀띔해 줬다.
그녀는 “아이들이 잘 커주고 비록 휼륭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착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어머니로서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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