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이 지켜온 전통문화는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처럼, 따뜻하고 아늑한 정서적 그리움의 보금자리와 같습니다. 우리 민족이 그려온 그림인데 당연히 우리의 생각이 담겨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것이니까 알아야 하죠.”
‘우리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양화 기법을 연구해 온 하정 서제섭 우석대 교수(65·한국화과). 그가 최근 「초·중등생을 위한 한국화 교본」(상·하, 도서출판 형설)을 끝으로 1989년부터 발표해 온 ‘동양화 기법 연구 시리즈’ 10권을 마무리 지었다.
동양화를 처음 대하는 초심자들이 알아야 할 이론과 실기, 재료와 용구, 용필과 용묵 등을 폭넓게 다룬 「수묵화」를 첫 권으로 먹과 채색을 활용하는 실기 중심의 「담채화」, 산수화의 기본인 나무와 돌, 산, 물과 구름 등의 표현방법을 제시한 「산수화」, 화조화의 소재만을 모아 기초과정을 다룬 화조화 기법서 「화조화」, 관상학은 물론 인체의 비례와 골격, 근육까지도 수록한 「인물화」, 매난국죽의 자세한 기법을 펼쳐보인 「사군자」 등 그의 연구 시리즈는 장르와 소재에 따라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책으로 주목받아 왔다. 서교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만인의 스승이 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책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동양화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예술성이라며 내 성질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죠. 이론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그림은 되도록 건조하게 그렸습니다.”
연구 시리즈의 마지막을 「초·중등생을 위한 한국화 교본」으로 한 것은 제자들을 위해서다. 한국화를 전공한 제자들마저도 졸업 후 아동미술을 지도하며 먹과 붓 보다는 크레파스나 수채화 등 서양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그 아이들 역시 초·중·고교를 지나오면서 한국화의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경험적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책 머리에 ‘아동을 대상으로 지도하려면’이란 조언도 남겨놓았다.
“순수미술을 하려는 사람이 자꾸 줄어들다 보니 우리 과도 내년이면 없어집니다. 내가 학교에 온 1984년에 생겨 내 퇴임에 맞춰 과가 사라지니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몰라요.”
연구 시리즈를 발간하느라 1988년 여섯번째 개인전 이후 통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다. 먼저 들어선 길에서 후학들을 위한 책을 남겼으니, 이제 개인적인 욕심을 부려보려고 한다. 그는 “작품을 쉰 지 너무 오래 됐다”며 “매듭을 졌으니 서서히 개인전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고창에서 태어난 서교수는 홍익대 동양화과와 계명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부터 3년 간 우석대 예체능대 학장을 역임하고, 최근에는 초대전 위주로 출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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