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47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담원국학산고

담원 선생 '국문학 탁견' 담긴 책

담원 정인보(鄭寅普, 1892∼1950 北遷)의 명성을 들어온 것은 어려서부터의 일이다. 나의 진외가 아저씨(金種嘉)를 통해서였다. 초대 감찰위원장(1948)으로 성품이 굳곧은 한학자라는 것도 저 아저씨로부터 들었다. 대학시절엔 이 어른의 책을 대하게 되면 구독의 충동을 떨치지 못했다.

 

「담원국학산고」(문교사, 1955)를 구한 것은 대학원 때의 일이다. 이 책에서 존영(尊影)과 필적도 대할 수 있었다. 백낙준(白樂濬) 박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담원을 빼앗긴 지 5년이 되었다/우리는 그를 국보라고도 하였다/보고싶은 정을 금치 못하여 경심토담(傾心吐談)한 친구와 상봉함과 같은 심회로 책을 이루었다’고 했다.

 

책은 ‘조선고서해제’ ‘국학인물론’ ‘고사변정’(古史辨正) ‘양명학연론’(陽明學演論) ‘비문·추념문·수필’ 등 5부로 엮어져 있다. 특히 ‘조선고서해제’에는 국학연구에 귀중한 18종 문적의 저자와 내용이 풀이되어 있다. 내용 소개에는 원문의 한문 인용이 많아 읽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국학인물론’에서는 송강 정철(鄭澈), 다산 정약용(丁若鏞), 단재 신채호(申采浩)에 대한 논문 3편을 볼 수 있다. 이 중 눈을 비비며 재독 삼독하였던 것은 ‘송강과 국문학’. 이 글은 한때 고교 국어교과서에도 올랐었다.

 

송강과 고산 윤선도(尹善道)를 비교 논한 대문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고산은 대체로 담아(淡雅)의 한길이나 송강은 호탕(豪宕)·처절(凄切)·순박(淳朴)하여 그 사기(詞氣)야 말로 박속(薄俗)을 돌며 놀 듯한다’는 대문이다.

 

나는 지금도 고산과 송강의 시조·가사를 대할 때면 이 한 구절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뿐인가. 그때마다 담원의 탁견에 감탄하고 있다. 「담원시조」(을유문화사, 1948)도 나의 애장서의 하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