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영화가 3편이나 선보인다. 극장가가 비수기로 접어들어서인지 ‘음란서생’처럼 ‘한방’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통멜로(로망스)-아트코미디(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기발한 상상력의 학원물(방과후 옥상) 등 완성도 만큼은 뒤지지 않는 B급 작품들이 잇따른다. 오랜만에 ‘골라보는’ 재미에 빠져보자.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출연 문소리 지진희·로맨스코미디)
지난 98년 ‘빨간마후라’사건을 기억하는지. 과연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해답이 될 듯싶다. 과거를 잊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그 과거를 떨치지 못해 궁상을 떨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방대 전문대인 삼천대학 염색과 교수 은숙(문소리)은 학교는 물론 이 지역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환경단체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은숙을 바라보면 침을 꼴깍 삼키는 남자들. 대학교수임에도 별로 아는게 없는 은숙은 자신의 뇌쇄적인 매력을 앞세워 지역방속국 PD 등 5명의 남자와 놀아난다. 그러던 은숙 강적을 만난다. 같은 대학 만화과 초빙교수로 온 석규(지진희).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드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마음을 줄듯 말듯 위태로운 애정행각을 일삼던 은숙이 석규앞에선 맥을 못춘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영화는 은숙과 석규의 중학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여교수…’는 어설픈 수컷들을 마음껏 조롱하며 그들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다만 지방대학과 지방 방송국을 깔보는 듯한 설정이 다소 거슬린다.
‘오아시스’의 공주부터 “당신 아웃이야”를 내뱉던 ‘바람난 가족’의 호정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과시했던 문소리가 다시한번 연기변신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감독의 표현처럼 ‘아트코미디’로 불릴만 하다.
△로망스(감독 문승욱·출연 조재현 김지수·멜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멜로가 나왔다. 요즘 ‘젊은 것’들의 연애담이 아닌, 정통멜로다. 늦게 찾아온 사랑에 멍이 들고, 죽어도 좋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변두리로 밀려난 남자. 말단형사에 아내도, 자식도, 재산도 떠났다. 대권후보의 며느리인 여자.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에 시달려 병든새 신세다. 가슴에 불구덩이를 안고 사는 이들이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밥먹고, 탱고를 추면서 불같은 사랑을 확인한다. 이들의 사랑을 가만히 놔둘리 없다. 여자의 남편은 남자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여자를 정신병원에 갇히게 한다.
영화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정공법의 멜로를 선택한다. 감정이 극으로 치닫지만, 과정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조재현과 김지수의 공력이 아니라면 기대할 수 없는 감정선이다. 목숨을 건 사랑을 연기하는 이들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어쩌면 감정과잉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최근 개봉영화 가운데 가장 섬세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과후 옥상(감독 이석훈·출연 봉태규 정구연·코미디)
어느 ‘찌질이’의 재수역전이랄까. 성은 남궁이요 이름은 달인 전학생. 왕따클리닉을 마치고 갱생의지를 불사르며 새로운 학교로 전학온다. 첫날부터 ‘학교짱’의 심기를 건드며 방과후 옥상행이란 공포스런 상황과 맞닥뜨린다. 옥상에 올라가자 마자 초죽음이 될게 뻔한 상황. 남궁달은 과연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최근에 선보인 학원물 가운데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간성 참 저렴하다’‘졸넘기를 뽑아가지고 순대를 해버린다’등 엽기스런 대사도 재기발랄하다.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눈물’이후 조연을 전전하다 주연으로 수직상승한 봉태규의 배꼽연기가 볼만하다. 인상 풀고 팔짱도 풀고 ‘왕따’의 수난을 즐기고 싶다면 강력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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